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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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어 美도 ‘빅테크 규제’ 강화… 검색시장 재편 ‘서막’ [구글, 반독점 소송 패소]

규제 배경·향후 전망은

美, 20여년 만에 첫 기술 반독점 판결
법원 “구글, 검색엔진 탑재 위해서
삼성 등에 대가지불… 지배력 유지”
법무장관 “법 위에 있는 회사 없다”

빅테크 운영 방식 근본 변화 기대감
WP “조만간 구글에 시정명령 예상”
일각, 강제 기업분할 가능성 거론도
오픈AI 등엔 기회… 내부 경쟁 주목

미국 법무부와 일부 주 정부들이 2020년 구글의 독점 관행에 대해 제기한 소송은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치솟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작된 아마존, 메타, 애플 등 거대기술(빅테크) 기업에 대한 일련의 반독점 소송 중 첫 번째 소송으로, 업계와 규제 당국은 그 파장 등을 감안해 예의주시했다. 현지에선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빅테크 기업의 운영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연방법원이 그동안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고 주장한 법무부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발전시켜온 여러 독점적 운영 방식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검색 알고리즘을 향상해 사용자를 해당 서비스 안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나 브라우저 독점을 통해 온라인 광고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등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운영 방식은 미국 연방독점법(셔먼법)이 금지하는 독점 관행에 해당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 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법이 독점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전통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아무리 규모가 크거나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회사는 없다”며 “법무부는 계속해서 우리의 독점금지법을 강력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검색 엔진 업체 구글이 미국 법무부 등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 워싱턴 연방법원은 “구글이 독점 기업이며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경쟁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모습. 게티이미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반(反)구글 운동을 해온 미국 시민사회, 스타트업 업계 등에선 잇따라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를 진행하는 와이컴비네이터 소속 공공정책 책임자 루터 로우는 엑스(X·옛 트위터)에 “구글의 게이트키핑 파워를 줄여 ‘리틀 테크’에 이익이 되도록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미 정부의 다른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경우 지난 3월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해 왔다며 법무부 등으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지난해 9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불법적인 독점적 지위로 제품 품질을 떨어뜨리고 판매자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했다고 소송을 당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며 빅테크 기업의 독점 관행을 비롯한 권력 남용에 본격적인 규제를 가한 바 있다. 유럽 규제 당국의 조치에 반발한 빅테크 기업의 소송이 이어질 경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몇 달 안에 구글에 대한 조치가 별도의 판결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 등이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된다.

 

구글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다면 강제 기업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무부가 구글이 검색사업 부문을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등과 분할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강제 분할 명령이 내려지면) 1984년 통신사 AT&T 해체 이후 미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강제 해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구글이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진 영향력이 확고해 돈을 지급하지 않고도 이들 기업이 구글을 기본값으로 계속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판결이 향후 빅테크 업계 내부 경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WP에 따르면 구글은 이번 재판 진행 내내 자사 검색 엔진이 독점이 아니라는 근거로 아마존, 틱톡, 레딧 등 검색 엔진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찾거나 챗GPT 등 인공지능(AI)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검색 없이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설명했다.


워싱턴=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