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이뤄 기쁩니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두 개의 메달을 목에 건 경북체육회 소속 허미미(21) 선수가 6일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 집실마을을 찾았다. 한국에서의 첫 일정으로 현조부인 허석 의사 추모 기적비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허미미 선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다. 일본에서 태어나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도복을 입었다. 유년기에는 일본 유도의 최대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허미미 선수는 2021년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린다. 유도 종주국인 일본을 떠나 한국 국적을 택한 것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따랐다.
이후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한 허미미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태극마크를 단 뒤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땄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할아버지인 허무부씨가 허석(1857∼1920) 의사의 증손자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허석 의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고 1984년 대통령표창,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다.
허미미 선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과 혼성단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개인전 결승에서는 세계 1위인 캐나다 선수 크리스티 데구치에게 판정으로 졌지만 꿋꿋하게 기량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허미미 선수는 허석 의사 추모 기적비를 참배한 후 “올림픽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4년 뒤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가지고 이곳에 다시 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창배 경북도 체육진흥과장은 “허미미 선수가 선대의 용기와 투지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인 만큼 경북에서도 4년 뒤 LA 올림픽에서 더욱 선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