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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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일 땐 밥먹던 젓가락으로 메모도”

허영만 “소재 갈증 덕에 롱런”
데뷔 50년… 전남미술관 전시

“저는 1등 할 때가 없었습니다. 그전에는 이상무 선생이 1등이었고, 이상무 선생이 시들하다 싶으니까 이현세 작가가 나와서 제가 1등을 또 못했죠. 하지만 오래 하다 보니 지금까지 남았네요. 비결은 소재에 대한 갈증이 끊임없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허영만 작가가 5일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에서 자신의 작품 ‘미스터 손’을 기반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저팔계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양=연합뉴스

만화 ‘타짜’ ‘식객’ 등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허영만(75) 작가는 6일 50년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을 꼽았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밥 먹다가도 메모하고, 식당에서도 냅킨에 고추장을 묻혀서 메모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한국일보 신인만화 공모전에 당선된 그는, 같은 해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만화 ‘각시탈’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날아라 슈퍼보드’, ‘비트’, ‘타짜’, ‘식객’ 등 영상화된 작품들로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았다.

“누가 니(너) 대학교 보내준다더냐.”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는 그에게 이같이 말했다. 몇 년간 멸치가 잘 잡히지 않으면서 멸치어장을 하던 집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미술대학에 진학해 화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즉시 만화로 진로를 선회했다. 하지만 그는 오랜 시간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아버지께 고맙지만, 서른세 살 때까지는 학력 콤플렉스가 심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 꼭 학력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다행히 만화계에서는 학력을 전혀 따지지 않고 능력만 따져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전남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6일 개막하는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는 데뷔 50주년을 맞은 허영만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그가 우리 만화사에서 이룬 성과와 영향을 돌아보는 전시다. 전시는 10월20일까지. 유료 관람.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