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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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상속세 최고세율 더 낮춰야

우리나라 상속세는 유산과세형으로 피상속인(사망인)이 사망 시 남겨 놓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과세된다. 그동안 상속세는 보편세가 아닌 고소득자의 상속재산에 과세되는 특별세의 성격을 갖고 고소득자의 소득재분배 기능에 그 정책적 목적이 있었다.

현행 상속세 세율과 과세표준 구간은 2000년도부터 현재까지 24년 동안 변동이 없었으며, 자녀가 있는 부모 중 한 분이 사망할 경우 상속재산 중 일괄공제와 배우자 최저공제액을 합하여 최소 1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사망자 중 상속세를 부담하는 피상속인은 2000년에는 피상속인 중 0.56%에 불과하였으나, 2023년에는 피상속인 중 5.64%에 달하고, 구체적인 상속세 대상 인원도 2000년에는 1400명에서 2023년에는 1만9900명 정도로 약 10배 증가하였다.

이렇게 급격하게 상속세 대상 인원이 증가한 이유 중의 하나는 2000년 이후 소비자물가지수(2000년 63.1→2023년 111.6),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2000년 46.0→2023년 96.2),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지수(2000년 39.8→2023년 95.6)의 상승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2000년 676조원→2023년 2401조원, 3.55배)가 증가하였으나 상속세 세율과 과세표준이 그러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

서울 민간아파트 국민평형 1주택 분양가격이 11억원을 초과하여 민간아파트 1주택을 보유할 경우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중산층이 상속세를 납부할 보유 현금이 부족하여 생전 부부가 함께 생활했던 아파트를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르면 생존 배우자의 주거안정은 매우 불안정하게 되고 노후 삶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중산층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없도록 과감하게 상속세 공제금액과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자녀공제금액을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최저세율 10% 적용 구간을 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세법 개정안을 제시했는데, 이러한 개정안은 아파트 1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측면에서 매우 공감이 가는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은 26%이지만 한국은 50%로 매우 높으며 미국과 영국은 40%, 독일 30%, 프랑스는 45%이다. 상속세율이 높을 경우 소득재분배 기능은 강화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재정에 불이익이 발생될 수 있다.

개인은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축적하면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하여 그 이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심리를 갖게 되고, 오너 경영자는 설비나 연구개발 같은 투자를 축소하며 기업가치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게 되고 나아가 가업승계도 포기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속세는 개인의 경제활동과 기업의 투자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기능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은 낮출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방지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정책 방향으로 판단되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