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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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리만 요란했던 ‘50억 클럽’ 檢 수사, 이렇게 끝낼 건가

서울중앙지검이 어제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대장동 사건 주역인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와 각별한 사이인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와 권 전 대법관의 유착이 상고심 선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재판 거래’ 의혹은 공소장에서 빠졌다. 2021년 9월부터 3년 가까이 진행한 수사 결과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직 남은 수사가 있는 만큼 검찰이 더욱 분발할 것을 촉구한다.

50억 클럽 의혹의 핵심은 김씨가 대장동 사업을 도운 법조인과 언론인들에게 거액을 제공했거나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권 전 대법관을 기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뿐이다.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 개업도 하기 전 김씨가 대주주로 있던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취업해 고문료 1억5000만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가 현직이던 2020년 7월 김씨 부탁을 받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지도록 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은 공소사실에 없다. 검찰은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지난 3년가량 대체 뭘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 거래 의혹의 명쾌한 규명 없이는 우리 법조계의 신뢰 회복도 요원하다는 점을 검찰은 명심하길 바란다.

앞서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로 검사 출신 곽상도 전 국회의원과 박영수 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가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함께 명단에 오른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수사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인 두 사람은 그동안 서면조사만 받았을 뿐 소환 통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증거를 검토해 추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누가 봐도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 아닌가. 오는 9월15일 임기가 끝나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수사팀을 독려해 진상을 신속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김씨와 부당한 금전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과 전직 일간지 기자 2명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특히 김씨는 전직 기자들에게 거액을 건네며 “대장동 사업에 관해 유리한 보도를 해달라”고 청탁했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조인은 물론 언론인들도 윤리관을 가다듬고 ‘공정한 취재와 보도’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