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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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든 밤’ 8.8일… 역대 7월 중 열대야 가장 많았다

열대야 평년보다 6일 더 길어
전국 평균 최저기온 23.3도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아
광복절까지 무더위 이어질듯

밤에도 푹푹 찌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올해 7월, 전국의 열대야가 기상관측 이래 역대 7월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낮에 폭염으로 달궈진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으면서 최저기온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빠르게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7월 해빙 면적이 감소했고, 열대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한반도에 덥고 습한 공기를 밀어넣으면서 올여름 열대야와 국지성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23.3도로 평년(1991~2020년 평균) 7월 최저기온보다 2.1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7월 평균 최저기온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7월 평균 최저기온 1위는 앞서 열대야 기간이 가장 길었던 1994년(23.4도)인데, 지난달 평균 최저기온과의 차이는 0.1도에 불과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7월 전국 최고기온 평균은 29.9도로 1973년 이후 역대 12위 수준을 보였다. 낮 최고기온이 눈에 띄게 높아지기보다는 밤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실제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전국 평균 8.8일로 역대 7월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평년 열대야(2.8일)보다 6일이나 더 길다. 열대야란 오후 6시1분∼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며 잠들기 어려운 밤을 말한다.

 

열대야는 이번 달까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6일 전국 밤 평균 최저기온은 25.3도로 열대야 기준을 넘겼다. 전날까지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17일, 강릉은 19일, 제주는 23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지속됐다.

 

특정 지역에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송곳 폭우’도 빈번하다.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383.6㎜로 평년(245.9~308.2㎜)보다 많았다. 7~10일에는 전북, 충청, 경북, 16일에는 남해안, 17~18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얇은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은 덥고 습한 여름 날씨가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과 북극의 적은 해빙 때문인 것으로 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북극 랍테프해 해빙이 역대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었고, 이 때문에 시베리아 상층에서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면서 한반도 주변 정체전선(장마전선)에 찬 공기를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며 북태평양고기압이 평소보다 북서쪽으로 넓어졌고, 고기압을 따라 정체전선으로 수증기가 유입돼 많은 비를 만들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가져온 수증기는 밤사이 한반도를 뒤덮어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못하게 해 열대야를 일으키고 있다.

 

무더위는 입추인 7일을 지나 광복절 넘어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아침 최저기온은 24~27도, 낮 최고기온은 31~35도가 예상된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