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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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정보·인식… “생각 바꿔야 몸이 변한다”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 엘렌 랭어 지음/ 신솔잎 옮김/ 프런티어/ 2만1000원

 

평균수명이 늘면서 건강과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시중에는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 넘쳐난다. 99%는 운동과 식단 관리에 대한 얘기다.

 

신간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는 이에 더해 기본적으로 사고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마음은 몸과 이어져 있어 암, 당뇨, 만성 질환 등 질병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엘렌 랭어 지음/ 신솔잎 옮김/ 프런티어/ 2만1000원

하버드대 심리학과 종신교수인 저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마음챙김(mindfulness)’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특히 그가 시행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는 흥미롭다. 70, 80대 노인들을 시골 마을로 데려가 20년 전 뉴스와 영화를 보고, 무거운 짐을 나르고 설거지와 빨래를 직접 하게 하는 등 20년 전처럼 행동하도록 했더니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되고 관절 유연성, 악력도 좋아지는 등 각종 신체 기능이 더 젊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저자가 노화를 단순한 신체 현상이 아니라 ‘늙었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지적하는 지점이다.

 

고령층은 조금만 몸이 안 좋으면 ‘나이가 들어서’라는 이유를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생각을 바꿔야 몸이 변한다”는 것이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에 가까운 사람도 당뇨병 전 단계라는 소식을 들고 나면 실제로 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식이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떻게 챙길 수 있을까. 저자는 순간순간 의식에 집중하며, 과거의 경험이나 미래의 걱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식사할 때 음식의 맛과 향에 집중하고 산책할 때 주위의 소리와 풍경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마음챙김을 위한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긍정적인 정보와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호텔 청소 직원들을 상대로 한 연구를 보면 이들의 노동이 실제 유산소 운동을 했을 때 얻는 효과와 같다는 설명을 들은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체중 감소, 체질량 감소, 혈압 감소 등 긍정적 신체 변화를 경험했다. 긍정적인 생각이 신체의 면역 체계와 회복 능력에 주는 영향을 보여준 셈이다.

 

나이가 들어 자신의 기억력이 점점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걱정은 기억력을 더 나쁘게 만든다. 저자는 고령층이 자신의 기억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평가하고 기억력의 가변성을 천천히 살펴보고 기록할 것을 권한다. 작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기억력 감퇴 현상은 확연히 줄어든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