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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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반대”… 극우폭동에 직접 맞선 英 시민들

폭력시위 대응 전국 곳곳 맞불집회
극우 집회 예정된 곳에 수천 명 나와
이민자센터 등 ‘인간 방패’로 보호

법원, 폭동가담 최대 징역 3년 선고

영국에서 흉기 난동으로 어린이 3명을 숨지게 한 용의자에 대한 가짜 뉴스로 시작된 극우 폭력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이들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가 영국 곳곳에서 열렸다. 온라인상 가짜 뉴스로 촉발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날 밤, 영국 12개 도시에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극우 단체의 시위 장소로 예정된 곳에 시민 수천 명이 나와 반대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인종 차별 반대”를 외치며 이민자 상담 센터 등 온라인상에서 ‘표적 목록’에 오른 장소를 보호했다.

“난민 환영” 영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이민·반이슬람 극우 폭력시위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에 나선 시민들이 7일(현지시간) ‘다양성의 힘’, ‘난민을 환영한다’, ‘혐오를 위한 공간은 없다’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런던 동부 월섬스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월섬스토=EPA연합뉴스

시민들은 ‘인간 방패’를 만들어 건물을 보호했다. 앞서 텔레그램 내 극우 채팅방에선 이민 법률 사무소, 난민 센터 등이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지목됐다. 리버풀에선 수백명의 시민이 이민자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교회를 보호했고, 버밍엄의 난민·이주민 센터 밖에도 200여명이 인종 차별 반대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건물을 지켰다.

 

런던 서부 브렌트퍼드에서 열린 집회에선 군중들이 “이것이 바로 공동체의 모습”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포착됐고, 런던 해로에선 시위대가 “인종 차별 반대”를 외쳤다.

 

영국에선 2011년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에 맞아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진 이후, 광범위한 폭력과 무질서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왔다. 실제로 대부분의 도시에서 극우파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숫자가 극우 시위대보다 많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영국 가디언에 “폭동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정의가 실현되면서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 같다”며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단결해준 지역사회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각) 영국 브렌트퍼드에서 반이민·반무슬림 극우 시위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영국 법원은 머지사이드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극우 폭동 가담자 3명에게 20개월∼3년형의 징역을 선고했다. 폭동 시위에 가담한 인물이 징역형을 받은 건 처음이다.

 

조너선 이건 영국 왕립검찰청 검사는 리버풀 법원에서 나와 취재진에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어리석게도 폭력을 선택한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며 “폭력, 폭동, 공격은 이 나라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범 한 달여 만에 혼란을 마주한 노동당 정부는 ‘혐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검사 출신인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전날 “직접적으로나 온라인으로나 모든 관련자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일주일 안에 처분을 받게 되고 누구도 이 같은 무질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