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허리케인, 홍수, 산불 등 극한 날씨로 인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에만 28건의 재난이 발생했고, 수만 명의 주민이 이러한 ‘위험 지역’을 피해 집을 떠났다. 기후변화가 살던 곳을 떠나는 주요 이유가 셈이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미 인구조사국과 기후위험을 평가하는 비영리 단체인 퍼스트 스트리트 재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미 부동산 조사기관 레드핀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캘리포니아주 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7000명에 가까운 인구가 유출됐다. 홍수 고위험 지역의 경우에는 2021∼2022년 38만3656명이 증가했던 순유입 인구가 지난해에는 1만6144명에 그쳤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엘리야 드 라 캄파는 기록적인 더위와 격렬한 산불,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허리케인 등과 기후변화가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한 날씨도 서러운데 보험료 인상까지
극한 기후가 빈번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날씨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부담까지 가중된다.
최근 보험회사들은 기후에 취약한 지역들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보험금 청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나 플로리다주처럼 기후에 취약한 일부 주에선 보험사들이 사업을 철수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 사회 개발 비영리 단체인 헤드워터스 이코노믹스의 패티 에르난데스 이사는 이러한 현상이 캘리포니아주 내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주민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레드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지난해 7월까지 캘리포니아주의 벤츄라, 산타크루즈, 솔라노 카운티에서만 1만2000명이 이주했다. 이들의 주택은 3분의 2 이상이 산불 위험에 노출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건설 비용이 늘어난 것도 부담 요소다. 2021년 콜로라도주에선 화재로 많은 주택이 불에 탔는데, 주민들은 보험금만으로 재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떠날 수 없다면 더 안전한 집이라도
극한 기후에 주택을 구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주택의 39%가 홍수 위험에 놓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선 주택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가 ‘홍수 위험’이다. 실제로 마이애미 부동산은 다른 주 혹은 해외 구매자와 거래할 때 홍수 위험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더 안전한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구기관 퍼스트스트리트의 기후 영향 연구 책임자인 제레미 포터는 “주거 이동의 약 15%만이 주 경계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극한 기후 위험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으며, 지구가 계속 따뜻해짐에 따라 위험 지역이 더 늘어날 것이라 경고한다.
에르난데스 이사는 “기후 재난의 위험이 없는 곳은 찾기 어렵다”며 “우리는 지역사회의 재난을 피하기 위해 리더십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