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의전에 꼿꼿이 고개 든 김주애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자 아니냐는 일부 시각을 두고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9일 “공식 내정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으로 제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을 지낸 태 사무처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후계자로 내정되려면 성인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김주애는) 갈 길이 멀다”며 이같이 짚었다. 이어 “일단 김정은은 4대(세습)로 간다고 그러는데, 김주애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고모인 김 부부장이 깍듯하게 의전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양에서 진행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의 김 위원장 참석 소식을 지난 5일 보도하면서 김주애의 모습도 함께 전했다. 당·정·군 간부 등이 대거 참석한 기념식에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김주애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팔을 뻗는 김 부부장과 달리 상체를 바짝 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 부부장이 오빠인 김 위원장을 제외한 인물을 예우한 점도 화제지만, 그보다 고모 앞에서 당당하게 걸은 김주애에게 더 많은 시선이 쏠렸다.
다만, 행사 참석자로 김주애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태 사무처장은 라디오에서 일종의 ‘감추기’라고 짚었다. 그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 딸의 이름이 김주애냐, 아니면 김주예냐를 두고 분분하다고 한다”며 “후계자로 내정됐으면 북한 당국이 이걸 잠재워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주애 이름조차 북한 주민 사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태 사무처장은 “적어도 한 번은 김정은 동지의 자제분 대신 ‘김땡땡이 뭐 했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름 공개를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가 김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만 칭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였다.
계속해서 “(김정은의) 딸로 북한이 간다고 한다면, 적어도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 선전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힌 태 사무처장은 “그런데 (이름과 관련된) 소문이 도는 걸 김정은도 알지만 가만히 있다”고 짚었다.
국가정보원장 출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같은 방송에서 김 위원장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그는 “오빠가 아니라 김주애 밑에 남동생이 있다는 소문이 북한 주민 사이에서 돈다”며 “누구도 지금 확정할 수 없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 방송에서 “김주애가 후계자로 아직 결정된 건 아니다”라며 “아들은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기 때문에 감추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딸을, 여성을 지도자로 내세운 적이 있나”라며 의심의 근거를 댔다.
한미 정보당국이 김주애 외의 남자 형제를 파악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박 의원 발언에 태 사무처장은 “그분이 국정원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소스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최소한 김주애가 김 위원장의 공식 후계자가 아직 아니라는 대목에는 박 의원과 생각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