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스 재킷, 청바지, 야구 모자, 긁힌 흔적이 선명한 부츠. 11월 미국 대선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농장에서 일할 때 입을만한 실용적인 워크웨어(작업복 느낌의 의류)를 공식 석상에서도 자주 입는다. 그가 애용하는 칼하트, 필슨, 엘엘빈 등은 중서부 느낌이 물씬 나는 오래된 미국 브랜드로 사냥과 낚시 등 야외 활동에 어울린다.
월즈 주지사가 이런 패션을 워낙 자연스럽게 소화하다 보니 그는 정치인이라기보다 미국 시골 어디에서든 마주칠 ‘친근한 아저씨’ 이미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정장이나 비싼 브랜드 의류를 선호하다가 선거철에만 청바지와 티셔츠를 꺼내 입고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은 월즈 주지사의 일반인 패션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이유를 그의 ‘소박한’ 배경에서 찾는다.
월즈 주지사는 중서부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42세에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주방위군에서 24년을 복무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10여년을 가르쳤다. 그는 사냥꾼 같은 옷을 입을 뿐만 아니라 실제 사냥을 즐긴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의 블루칼라 유권자들은 월즈 주지사의 이런 서민적인 이미지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워싱턴 주류 정치에 물든 후보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월즈 주지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일반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월즈 주지사는 유권자 다수가 스스로 즐겨 입는 수수한 옷차림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몇 안 되는 남자 정치인이라면서 민주당이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의 노동자 계급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그의 패션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리스 선거캠프도 월즈 주지사의 패션을 장점으로 인식한 듯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캠프가 지난 6일 부통령 후보 발표 후 공개한 영상에서 월즈 주지사는 검정 티셔츠, 황갈색 치노 바지, 위장 무늬를 새긴 카모(위장을 의미하는 camouflage의 앞 글자 camo) 모자, 하얀 운동화를 착용했는데 그와 통화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감청색정장 차림이다. 캠프는 그날 바로 해리스와 월즈의 이름을 새긴 카모 모자를 4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치인이 되어서도 평범한 옷차림을 고집하는 월즈 주지사의 패션은 그의 경쟁자인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과 대비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후계자로 평가받는 밴스 의원은 2016년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홍보할 때만 해도 평범한 회색 블레이저와 빛바랜 느낌의 진 바지를 입었지만, 지금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어두운 정장과 빨간 넥타이를 착용하는 등 패션의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WSJ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를 칠 때를 제외하면 늘 정장 차림인데 이는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