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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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는 왜 구속 기소됐나… 공방전 들어가는 검찰과 카카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기소 됐다. 당장 인공지능(AI) 사업 등 현안이 산재한 카카오로선 사상 초유의 암초를 만났고, 검찰은 구속기소에 성공하며 향후 혐의입증에 자신을 보인다. 대한민국 재계 15위 기업의 총수를 놓고 벌이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IT업계의 시선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 뉴스1

9일 IT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보석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만 김 위원장의 보석 가능성은 현재 나뉜다. 재판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석 출소가 가능할 순 있다. 공판이 길어질 경우 변호인단의 신청하에 보석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민적 여론이 높은 대기업 총수 관련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뒤 보석으로 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당초 업계는 김 위원장의 구속 가능성을 낮게 봤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설마 총수의 구속이 가능하겠느냐’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법원은 예상을 뒤엎고 김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 안팎에선 대기업 총수라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구속 사유의 경우 표면상 사유에 불과하고, 법원은 실제 범죄의 중대성이나 입증 정도에 비춰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김 위원장을 향한 혐의가 어느 정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는 법조계의 평가가 나온다. 법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도주 우려는 사실상 중한 선고 또는 중형이 선고될 경우에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건 검찰에서 범죄를 소명을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현재 상황에선 검찰이 승기를 잡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복잡해 보이지만 김 위원장이 받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카카오가 2400억원을 동원해 SM 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수만 SM 대주주가 내놓은 주식을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충돌했는데,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막고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종착지인 김 위원장을 기소하기 위해 오랜 시간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을 압박해왔다. 그리고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증거를 확보한 뒤 김 위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 및 구속, 기소에 성공했다.

 

또 이미 기소된 배 대표의 재판상황도 관심사다. 김 위원장은 검찰조사에서 “시세조종 행위를 배 대표와 공모하거나 그에게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대표도 재판에서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최상수 기자

현재 김 위원장의 초호화 변호인단도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여환섭 대전고검장과 이근수 전 제주지검장, 이정환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등 검찰출신 전관 변호인들이 김 위원장 구원투수로 등판한 상태다. 여 전 고검장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만큼 검찰내 요직을 두루 지낸 특수통이다.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대구지검장과 광주지검장, 대전고검장을 지냈다.

 

이 전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이던 2016∼2017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참여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거쳤고 지난해 퇴임했다. 금융통인 이 전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검사,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및 금융위원회 법률자문관 등을 지낸 검찰 내 대표적인 ‘금융통’이다.

 

검찰이 구속기소에 성공하면서 이들 변호인단의 전략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재 검찰은 확보한 카카오 투자심의위 카톡방을 통해 김 위원장이 해당 사항을 보고받았고, 최소한 묵시적인 동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도 이런 검찰의 증거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의 개입 가능성을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검장과 지검장, 차장급 검사들을 골고루 포진시킨 김 위원장의 변호인단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