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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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억 비자금’ 세무조사 뇌물로 무마한 의약품 판매 대행업체

檢, 대표·전현직 공무원 등 14명 기소
해당 업체 등 관련 법인 6곳도 기소

10년간 약 22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도 전현직 세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등의 수법으로 세무조사를 무마한 의약품 판매 대행 업체가 덜미를 잡혔다.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진용)는 9일 A사의 최모(63) 대표와 본부장, 상무, A사의 가공 거래 업체 대표 4명, 공인회계사와 그 직원 등 9명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A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세무 공무원 3명과 세무 공무원 출신 세무사 2명, A사를 비롯한 관련 법인 6곳도 함께 기소됐다. 이 중 최씨 등 4명은 구속됐다.

 

A사 경영진 3명은 201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비자금 약 225억원을 조성하고 가공 거래 업체들과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5년간 법인세 약 30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비자금 중 약 55억원을 가공 거래 업체 대표 4명에게 대가로 주고, 나머지는 임의로 유용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이들은 또 세무 대리인이자 한 코스닥 상장사의 부사장인 공인회계사 B씨와 공모해 처방전 실적 통계표 등 실질거래 증빙 자료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2019년 11월~2023년 9월 8차례 걸쳐 세무조사를 방해하고, 가공 거래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1년엔 조작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를 받는다. 또 2020년 3월∼2022년 8월 B씨 등을 통해 전현직 세무 공무원들에게 세무조사를 원만히 종결해 달라거나 관련 알선을 해 달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8000만원을 건넸다.

 

검찰은 올해 1월 첩보를 입수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A사 경영진은 세무조사 확대를 막기 위해 법원에 조작한 증거를 제출하거나 직접 출석해 위증한 결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는 등 심각한 사법 방해 행위가 있었다”면서 “일부 세무 공무원들은 A사에 금품을 요구하거나 내부 조사 정보를 유출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