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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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비판에 오세훈 “저출생 대책이 절체절명 과제” [주말, 특별시]

개발제한구역 훼손지 활용 신혼부부 주택 공급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주택 공급은) 그린벨트 중에 이미 훼손된 곳, 녹색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에 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통한 신혼부부 주택 공급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모니터링,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속도 향상을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非)아파트 신축 매입 확대를 통한 공급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전날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세부계획이다. 방안에는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는 올해 11월 5만 가구가, 내년에는 3만 가구가 들어설 택지를 발표한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에 대해선 “정부가 검토 중인 사항”이라며 “올해 11월 중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서울의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건 2012년 이명박정부 때 이후 12년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시청에서 연 ‘8.8 정부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발표 관련 서울시 세부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존 그린벨트 내에 농경지나 경작지·창고가 있는 등 보존성이 낮은 곳을 대상지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거주민이 이주하고 집을 헐어야 해 시일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한 집단 취락지역은 그린벨트 해제에서 가급적 배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그린벨트 내에 있는 서초구 양재동 식유촌·송동마을이나 내곡동 탑성마을 등이 후보지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시는 투기세력을 차단하고자 서울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했다.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7일 시 전체 그린벨트 149.09㎢ 중 이미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였거나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지역을 뺀 125.16㎢를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정했다. 향후 구체적인 주택공급 대상지가 확정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향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 근교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저출생 대책이 자연 보존만큼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이라는 것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며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게 되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올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저출생 대책 중 제일 중요한 게 주거 문제”라며 “어떻게든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게 ‘결혼을 하면 집 문제만큼은 해결해 주겠다’는 (시의) 강력한 의지가 전달되길 바랐다”고 했다. 시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오 시장표 저출생·주거정책인 ‘장기전세주택Ⅱ(시프트Ⅱ)’를 비롯한 신혼부부 대상 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신혼부부가 최장 20년 살다 자녀 출산시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시프트Ⅱ에는 ‘미리내집’이란 가칭을 붙였다고 오 시장은 전했다. 시는 시프트Ⅱ 명칭 공모를 진행 중이다.

9일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중 하나인 서초구 내곡동 일대의 모습.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 너머로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아울러 시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관련 법·제도 개정 전에 시 차원에서 가능한 부분은 조속히 시행해 정비사업 속도를 올릴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엔 전자의결방식인 전자투표 조합총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정비사업 통합심의 대상도 소방·재해평가 분야까지 우선 확대한다. 전자투표는 10개 구역을 대상으로 전자투표 비용 50%를 지원한다. 사업 단계별 갈등 관리도 확대·강화한다. 단계별 갈등 원인과 내용을 분석·유형화하고, 관계 전문가를 조기 투입해 선량한 조합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사업시행인가부터 준공까지의 소요기간을 기존 7년에서 4~5년으로 최대 3년 단축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지원방안도 정상 추진한다. 공시지가를 활용한 ‘사업성 보정계수’를 도입하고, ‘현황용적률’을 인정하는 등 그간 사업이 어려웠던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를 15%에서 10%로 완화하고, 각종 시설을 입체·복합화해 분양주택이 늘어나도록 유도한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진행 중인 정비사업은 415곳(37만호)이다. 이 중 2년 내에 착공이 가능한 관리처분인가 된 사업장이 63곳, 5년 내 착공 가능한 사업시행인가 된 사업장은 66곳이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정부는 전날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뉴스1

시는 또 서울의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 매입 임대를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신축 매입을 확대하고, 신혼부부에게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 시의 기존주택 매입 계획 물량은 3951호로, 이 중 신축 매입 목표 물량은 712호(청년 500호·신혼부부 212호)다. 이날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신고가가 등장했다는 지역 등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 관찰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을 포함한 ‘플랜B’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등 신고가를 기록하는 일부 지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서울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는 흔들림 없는 서울시의 목표”라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협력해 충분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영·구윤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