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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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립기념관장 인선 의견 달라도 광복절은 다 같이 기려야

우파 성향 역사학자 임명에 반발
일부 단체들 “경축식 따로 열 것”
여야 정쟁, 광복절 정신에 어긋나

이종찬 광복회장이 그제 오는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역사학계 일각에서 이른바 ‘뉴라이트’로 통하는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가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된 것을 반대하는 의사 표시로 풀이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경축식 불참을 시사한 데 이어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는 아예 서울 효창공원에서 따로 행사를 열기로 했다.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민주당과 광복회 그리고 관련 단체들에 재고를 강력히 촉구한다.

이 회장은 김 관장이 과거 “일제 시기 우리 민족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말한 점을 겨냥해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임명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이 건국절’이란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식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단정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실에 “우리 정부하에서는 건국절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국가보훈부는 “윤석열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 발표된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규정했다. 이 회장은 무슨 근거로 건국절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않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놓고 정부와 시민사회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야당이 정부 인사를 비판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광복절 경축 공식 행사를 외면하거나 기념식을 따로 개최할 명분이 될 순 없다. 한반도가 일제강점기 35년의 암흑에서 벗어난 광복절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복회와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들은 항일운동 유공자 및 그 유족이 조직한 단체다. 민주당은 광복의 결과로 개원한 제헌국회를 잇는 현 22대 국회 다수당이다. 독립기념관장 인사를 둘러싼 이견과 상관없이 광복절 기념식만큼은 여야와 시민단체가 하나 돼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고 조국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정부가 김 관장 임명 전에 광복회 등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 관장은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친일 인명사전 내용에 오류가 있다며 “잘못된 기술에 의해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선양이 주된 임무인 독립기념관 수장의 발언으로 적절한지 다소 의문이다. 정부는 향후 독립기념관장 인선 때 유관 단체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