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여자복싱에서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 명의 주인공이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7회, 기권승 1회로 모든 경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향후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린위팅(28·대만)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율리아 세레메타(폴란드)에게 5-0(30-27 30-27 30-27 30-27 30-27)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번 대회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두 명의 선수 모두 압도적으로 우승을 거둔 것이다.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는 전날 여자 66kg급에서 양류(32·중국)를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칼리프는 금메달을 획득한 뒤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경쟁해 왔다. 나처럼 비난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며 "전 세계에 전하는 내 메시지는 올림픽 원칙을 지키고 괴롭힘을 피해야 한다. (나에 대한) 괴롭힘을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린위팅은 칼리프와 함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 선수는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별 적격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실격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 로버츠 국제복싱협회(IBA) 사무총장은 “이마네 칼리프와 린위팅은 2022년 튀르키예 이스탄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성별)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가 확실하지 않아서 조처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3월에 열린) 인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두 번째 검사를 진행해 IBA 규정에 따라 실격 처분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 선수의 염색체가 ‘XY’인 어떠한 증거도 없고 이들은 ‘여성 선수’라며 파리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IOC는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경기 중 자격 규정이 변경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성별논란의 당사자들이 모두 압도적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향후에도 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칼리프는 금메달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3번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과 1번의 기권승을, 린위팅은 4경기 모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기록했다.
칼리프와 16강 전을 치른 안젤라 키리니(26·이탈리아)의 경우 두 번의 펀치를 맞고 경기 시작 46초 만에 기권을 선언하기도 했다. 칼리프와 8강 전을 치른 허모리는 경기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칼리프를 ‘뿔난 괴물’에 빗댄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리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