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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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호감 느낀다던 사장…고백에 반응 안 하자 퇴사 강요”

직장갑질119 “근로자수 무관하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만 적용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심각한 생존권 침해를 겪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1일 지난 1년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상담 46건의 사례를 분석(중복 집계)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생존권 침해와 관련한 해고·임금 상담이 45건(97.8%)으로 가장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등 인격권 침해 상담은 38건(82.6%), 노동시간·휴가에 관한 휴식권 침해 상담은 13건(28.2%)이었다. 근로계약서·임금 명세서 미교부·4대 보험 미가입 등 기타 현행법 위반도 19건(41.3%)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상담 내용을 보면 한 노동자는 “식비를 아끼고 싶어 점심 도시락을 싸 왔다는 이유로 ‘네 맘대로 할 거면 나가라’는 해고 통보를 들었다”며 “사장이 근로계약서와는 별개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수당을 안 줘도 된다며 받고 싶으면 소송을 걸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노동자는 “사장이 내게 호감을 느낀다며 교제를 요청했다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갑자기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별도 수당 없이 주말·공휴일 출근을 강요하고 근무 시간이 아닌 오후 6시 이후에 업무지시 연락을 받았다는 사례도 다수 접수됐다.

 

직장갑질119는 “현재는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만 지키면 사유조차 설명하지 않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조항도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아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노동 약자 보호법’ 제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해법일 뿐 결국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으로 사업주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주장”이라며 “근로자 수와 무관하게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