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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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데자뷔… 김정은 남한 언론 향해 직접 불만 표출 “너절한 쓰레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언론의 수해 보도와 관련해 “한국 쓰레기 언론들”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0일 보도에서 8, 9일 김 위원장이 7·27 홍수로 임시 거처에서 천막살이를 하고 있는 수재민들을 위로차 방문해 연설한 내용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번 재해복구가 단순히 우리들 자신만의 사업이 아닌 심각한 대적투쟁임을 다시한번 새겨둘 필요가 있다”며 “지금 적들은 우리가 피해를 입은 기회를 악용하여 우리 국가의 영상에 흙탕물을 칠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급 당조직들과 근로단체조직들, 각 교양망들과 주민들 속에서 한국쓰레기들에 대한 옳(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수해지역 주민들을 위해 우리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사회주의적 혜택과 조치들 그리고 전사회적으로 발휘되고 있는 공산주의적 미풍에 대하여 한국쓰레기언론들은 모든 것이 그 무슨 내부결속을 위한 노림수요, 보여주기식이요 하면서 헐뜯고 계속해서 피해지역의 실종자가 1000명이 넘는다느니, 구조 중 직승기 여러대가 추락한 사실이 정보당국에 의해 파악되였다느니 하는 날조자료를 계속 조작해내면서 우리 정권과 제도의 영상에 손상을 주려고 미쳐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8월 8일과 9일 평안북도 의주군 큰물(홍수)피해지역을 또다시 찾으시고 재해복구를 위한 중대조치들을 취해주셨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또 “수해지역에서 인명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랑(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며 “아마도 저들 사회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들에 대해 정부의 늦장대응이라는 말이 나돌고 그러한 현상이 일상인 나라이다보니 우리를 폄훼하는 궤변들을 한번 엮어 자기 국민을 얼리고 세상여론을 흔들어보자는 심산인듯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여러분을 구출한 비행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조정형의 전말과 구조중 1대의 직승기가 불시착륙한 사실이며 그 와중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었다”며 “적들은 저들 언론이 날조보도한데 대해 내가 직접 반응한 것은 그만큼 인명피해가 컸던 것과 그를 무마시키려는 의도에서라고까지 지껄이고있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8월 8일과 9일 평안북도 의주군 큰물(홍수)피해지역을 또다시 찾으시고 재해복구를 위한 중대조치들을 취해주셨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위원장이 지목한 보도는 TV조선의 <“北 호우 사망·실종 최대 1500명"…댐 무너지고 구조헬기도 추락>, 세계일보 <북 7·27 ‘전승절’ 행사하던 날, 평북 폭우 228㎜에 중국도 수문 개방>(https://www.segye.com/newsView/20240801511417), 세계일보 <통일부 “대북지원 제안, 진정성 갖고 한 것”... 북 수해 인명피해 인원 ‘말바꾸기’>(https://www.segye.com/newsView/20240805511208) 기사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무고한 여러분들을 한사코 실종자로, 사망자로 만들자는 목적이 어디에 있겠나”라며 “우리 국가에 대한 모략선전이고 엄중한 도발이며 여러분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너절한 쓰레기나라의 언론보도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것은 그것이 다 리(이)유와 필요가 있어서”라며 “이런 생생한 사실 자체가 적들이 얼마나 더러운 족속들인가, 우리 국가의 영상을 어지럽히기 위해 얼마나 아득한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날조와 정치적 모략 선전에 매달리고 있는가, 적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쓰레기라고 하는가 똑똑히 인식시키기 좋은 사실적 자료”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연합뉴스

이어 “세상 어느 나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날조를 조작해 부풀려내는 것을 일삼는 언론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며 “전국가적으로 대적인식을 바로하고 대적감정을 바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의 이번 북한 수해보도는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소통 단절, 북한 매체의 불충분한 보도에서 비롯됐지만 김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남측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북한의 초기 수해 보도는 정확한 인적, 물적 피해 규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통일부가 매일 하루 2회 시도하는 남북 연락채널도 응답하지 않고 있어 남북 당국이 서로 통지문을 주고받거나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하고 북한이 대남 거리두기를 할 때마다 남한의 북한 관련 보도 중 오보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정은 신변이상설’로 ‘인포데믹‘ 현상도 2019년 북한이 대남 소통을 단절한 뒤 2020년에 일어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 주민이 남한 언론을 접할 수 없는데 김 위원장이 수재민에게 남한 언론의 보도를 굳이 상세히 전달한 점도 의아한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측 언론이) 피해를 당한 상황도 헐뜯는 존재라며 적개심을 고취하고, 이러한 적들이 자신들의 수해 극복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최악이었던 2012년에도 남한 언론사를 거명하며 공개 위협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비판적 기사에 불만을 표하며 “공개 통첩장”을 관영매체에 보도했다. 통첩장에서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CBS,  채널A의 지도상 좌표를 확정해놓고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북한 수재민 규모가 처음으로 상세하게 보도됐다. 북한은 “초보적 집계”라고 전제하고 “수재민 가족 중에 학령 전 어린이가 2198명, 학생이 4384명, 년(연)로한 로(노)인들은 4524명, 병약자들과 영예군인들이 265명, 어린애 어머니들이 4096명”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수재민 주택 재건을 위해 신의주에만 13만 명이 파견됐고 주택 완공까지 약 석달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 기간 보육, 교육이 필요한 어린이와 학생 및 노인, 병약자 등 약 1만5400명을 평양으로 데려와 국가적 보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