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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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째 '잠못드는 밤'…열대야 일수 가장 많이 는 곳은 서울·대구 아닌 '이곳' [날씨+]

전국 6.1일 늘 때 인천 14.3일 증가 최고
기후변화 탓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늘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대야가 3주에서 4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한 연구보고서에서는 열대야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한 기상현상이라고 밝혔다.

 

부산에 보름째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 9일 밤 시민들이 해운대 해수욕장에 나와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밤 최저기온이 서울 27.8도, 인천 27.4도, 강원 속초 26.1도, 청북 청주 27.2도, 전북 전주 26.4도, 부산 25.9도, 제주 27.9도 등을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무더위가 극심해지면서 서울은 7월21일 이후 21일째, 부산은 7월25일 이후 17일째, 제주는 7월15일 이후 27일째 열대야가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11일 낮 최고체감온도도 서울·대전·광주 34.3도, 강릉 33.7도, 제주 34.2도 등으로 많은 지역에서 현재 발효된 폭염경보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열대야일수가 크게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의 기후 과학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은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단체가 짚은 열대야 증가 원인은 기후변화다.

 

이 단체는 전 세계를 지역(25개)·국가(202개)·도시(994개)별로 나눠 여름철 야간 기온을 조사한 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서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한 기후모델의 현재 야간 기온 추정치와 비교했다.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가 증가한 만큼, 인위적인 요인으로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았을 상황을 가정한 야간 기온과 최근 실온을 비교한 것이다.

 

부산에 보름째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 9일 시민들이 해운대 해수욕장에 나와 있다. 부산=연합뉴스

클라이밋 센트럴은 ‘기후변화로 건강을 위협하는 열대야가 전 세계에서 늘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감비아, 캄보디아, 세네갈, 태국 등에서 기후변화로 열대야가 한 해에 30일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및 서남아시아,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 등 카리브해 인근 지역에서는 카메룬, 우간다, 요르단 등 열대야가 20일 이상 늘어난 국가도 다수였다. 유럽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10∼20일 사이로, 프랑스, 헝가리, 그리스 등에서 4∼9일 사이로 열대야가 많아졌다고 분석됐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년에 7.7일 열대야가 늘었고 대만 14.6일, 중국 4.7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은 전국 평균 6.1일 열대야일수가 늘었다고 보고서는 집계했다. 특히 광역시 중 인천은 열대야가 14.3일 가장 많이 늘었고 울산 13.4일, 부산 11.5일, 서울 9.8일 등으로 남부나 중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국내 대도시 열대야 증가일수가 전국 평균보다 많은 이유로는 도시 열섬현상이 꼽힌다. 주변 지역보다 도심 지역에서 온도가 높게 나타나는 이 현상은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추세다. 보고서는 “열섬현상은 점점 더 많은 세계 인구에 꾸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도시화에 따라 2022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57%이던 도시 거주 인구는 2050년이면 6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2주 이상 열대야가 늘어난 지역의 거주인구가 24억명에 달한다고 추산된다”며 “열대야는 낮에 체내에 축적된 열을 식히기 어렵게 하고 수면의 양과 질을 저하해 어린이 두뇌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