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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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하라고 등 떠밀었나”… 거세지는 안세영 때리기 [파리 올림픽 폐막]

이기흥 체육회장 “표현 부적절” 밝히자
일각선 ‘어른’ 참전에 “사태 키우나” 우려
‘지도자 지시에 복종’ 운영 지침도 논란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은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를 작심 비판해 큰 파문이 일었다. 그는 협회가 부상 대처 등이 부실했다며 “현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 것 같다”고 작심 발언을 남겼다. 사태가 커지고 배드민턴협회가 반박에 나서자 안세영은 한발 물러선 채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의 생각과 입장은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가 충분히 축하를 받은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한 상태다.

안세영이 일보 후퇴하자 이번엔 ‘어른’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체육계 인사들이 안세영의 ‘경솔함’을 지적하며 공세를 한껏 높여 사태를 확산하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1996 애틀랜타 올림픽서 여자 단식 금메달을 수확했던 방수현 MBC 해설위원은 협회를 옹호하고 나섰다. 안세영의 금메달 쾌거 현장에서 직접 축하를 전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방 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세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했고,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제대회 출전과 올림픽을 준비했다.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라면서도 “협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안세영한테 개인 트레이너를 허용했다. 그만큼 안세영의 몸 상태 회복을 위해 많은 걸 배려한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선수로 뛴다는 게 얼마나 어렵나. 안세영만 힘든 게 아니다. 모든 선수가 그런 환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며 “나도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들어가 그 시간을 다 겪었다. 대표팀을 누가 등 떠밀어서 들어간 게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안세영이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표현 방식이 서투르고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협회 차원에서 소통을 시도했지만 안세영이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아시안게임 이후 안세영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큰 문제가 없다. 4주 정도 재활하면 된다’고 말했다”면서 “(지도자들이)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고, 해외에 나가지 말고 좀 더 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괜찮다. 나가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체육회 수장인 이 회장까지 나서는 등 체육계 인사들이 ‘안세영 때리기’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선수는 지도자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취지의 구시대적인 항목이 담긴 것도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협회로부터 제출받은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따르면 선수들이 선수촌 안팎의 생활 및 훈련과정에서 따라야 하는 규정으로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 ‘담당 지도자 허가 없이는 훈련 불참·훈련장 이탈 불가’ 등이 담겼다.


장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