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3조원 넘게 줄고, 가계대출은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기성 자금이 부동산과 증시로 급격히 쏠리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을 포함한 개인 요구불예금은 8일 현재 358조9219억원으로, 7월 말과 비교해 3조2760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보통 뚜렷한 용도나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대기하는 상품으로, 최근 빠진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5일 코스피 지수가 8.77%나 떨어진 이른바 ‘검은 월요일’ 하루 만에 2조366억원이 요구불예금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갔었다.
당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도 전월 말보다 5조7865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이라 불리는 신용한도대출 잔액이 4031억원 늘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마이너스통장을 열어놓고 투자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8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2130억원으로, 7월 말 이후 2조4747억원 늘었다. 주택매매 회복과 함께 주담대가 같은 기간 1조6404억원 늘어난 여파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달아 올리는데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9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290∼6.514% 수준으로, 약 일주일 전인 지난 2일(연 4.030∼6.548%)보다 하단이 0.260%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280∼5.290%) 하단 역시 같은 기간 0.250%포인트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이나 주가 상승으로 기대 수익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대출금리 인상으로는 수요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