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달 10일(현지시간) ABC뉴스 주관으로 90분간 처음으로 TV 토론에서 맞붙는다.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청신호를 켜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일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판세 전환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1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시에나대와 함께 지난 5∼9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3개 주에서 투표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 1973명을 대상으로 ‘오늘 투표를 하면 누구를 뽑겠느냐’라고 질문한 결과 각각 50%가 해리스 부통령, 46%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같은 NYT·시에나대 조사에서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근소한 차로 앞선 바 있다. NYT는 “새로운 민주당 강세는 상당 부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 개선에서 비롯됐다”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등록 유권자들 사이에서 10%포인트 상승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두 후보 간 첫 TV 토론도 확정됐다. 앞서 8일 ABC뉴스는 두 사람이 다음 달 10일 ABC뉴스 주관으로 열리는 90분간 대선 후보 TV 토론을 갖는다고 밝혔다. 장소는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과 마찬가지로 청중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6월 토론 당시 토론 태도에서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은 데다 원래 상대를 조롱하는 토론 기술에 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토론을 통해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대로 내달 4일 폭스뉴스 주관, 25일 NBC뉴스 주관으로 해리스 부통령과 토론하기로 했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딱히 전세를 뒤집을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토론으로 변곡점을 만들려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폭스뉴스 토론에 대해선 부인하고 NBC 토론에 대해선 공식 참여 의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추가 토론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ABC 주관 토론은 당초 바이든 대통령 측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합의했던 토론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 이후 초접전 양상이 된 미 대선 구도에서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미 예측 불가능한 대선 캠페인에서 가장 중차대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토론에서는 6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제부터 외교·안보, 이민·국경, 낙태권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한 전방위적 충돌이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경기 침체와 국경 문제 등을 두고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민 정책 관련 외교를 맡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국경 차르’라고 여러 차례 공격해 왔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지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언론을 조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 후보가 된 지 3주째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기자회견을 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며 비아냥댔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주로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비보도 전제로만 질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주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기자회견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