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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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땀… 눈물… 도전은 아름다웠다 [파리 올림픽 폐막]

아쉬움 털고 다음 기약한 선수들

男 근대5종 전웅태, 합계 1526점 6위
레이저 런 첫번째 사격서 실수 아쉬움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

男 높이뛰기 우상혁도 메달 획득 불발
결선 3차시기서 2m31 넘지 못해 7위
“4년 더 준비해 LA에서 불꽃 피우겠다”

스포츠클라이밍 女콤바인 서채현 6위
볼더링·리드 분리 전망에 기대감 키워
브레이킹 김홍열, 첫·마지막 도전 끝내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29·용인시청)과 남자 근대5종 전웅태(29·광주시청)는 불모지 같은 종목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이런 두 선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우정을 쌓았고, 나란히 2024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걸고 기념샷을 남기자’고 약속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전웅태는 2회 연속 메달을, 우상혁은 한국 체육 역사상 처음으로 트랙&필드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했다. 두 선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뜨거운 눈물로 아쉬움을 털고 다음을 기약했다.

(왼쪽) 우상혁, 전웅태

전웅태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근대5종 남자부 결승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526점을 획득해 6위에 머물렀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던 전웅태는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레이저 런에서 나온 실수가 뼈아팠다. 수영까지 마친 뒤 3위를 달리고 있던 전웅태는 레이저 런 첫 번째 사격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안타까운 결과를 얻었다. 전웅태는 “실수에 마음이 급해졌다”며 “승마에서는 실수했어도 잡아냈지만 레이저 런에서는 그러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전웅태는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은 그 안 되는 날 중 하나였고, 이겨내지 못해 실수가 나왔다”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전웅태가 눈물을 흘리던 사이, 우상혁은 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상혁은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로 7위에 머물렀다. 2m17과 2m22를 모두 1차시기에 통과한 우상혁은 2m27을 2차시기에 넘어섰다. 하지만 우상혁은 2m31을 넘지 못했다. 우상혁은 3차시기 후 한동안 매트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우상혁은 “쫓아내지 않으면 이 매트 위에서 오늘 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며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남자 높이뛰기 우승은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2m36으로 차지했다. 2m36은 우상혁의 개인 최고기록이다.

 

이내 눈시울이 불거진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 이후 3년 동안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더 힘든 생활을 했다. 나는 감독님이 짜놓은 계획을 따르면 됐지만 감독님은 개인적인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나를 위해 힘쓰셨다. 메달을 따서 보답하고 싶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가라앉힌 우상혁은 남자 근대5종 결과를 확인한 뒤 “아, 웅태 형”이라고 탄식을 내뱉었다. 이어 “내가 못 따더라도 웅태 형은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웅태 형과 함께 격려하면서 힘을 내보겠다”고 말했다.

 

전웅태와 우상혁은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본다. 전웅태는 “계속 근대5종을 하면서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상혁 역시 “3년을 열심히 준비했던 올림픽이 끝났지만 내 점프의 끝은 아니다”라며 “LA에서 불꽃을 피우겠다”고 다짐했다.

(왼쪽) 서채현, 김홍열

여자 스포츠클라이밍에 도전했던 서채현(20·서울시청)도 희망을 봤다. 서채현은 10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볼더링리드) 결선에서 합계 105.6점으로 6위에 올랐다. 이는 도쿄 대회보다 2계단 상승한 순위다. 이번 대회에서 약점인 볼더링에서 8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서채현은 볼더링과 리드가 분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높다. 서채현은 “종목이 분리된다면 리드만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마음껏 등반을 즐긴 만큼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따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설의 비보이 ‘홍텐’ 김홍열(40·도봉구청)은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을 마무리했다. 김홍열은 10일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브레이킹에서 레이라우 데미러(네덜란드)에게 졌다. 브레이킹은 이번 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LA 대회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