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난 상처는 치료하고, 마음의 병은 보듬어 낫게 해주는 곳입니다.”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유일한 약국인 ‘종로약국’을 운영하는 최영덕(75) 약사는 1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자신은 사랑방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가는 이웃이 단순히 약만 고르는 게 아니라 언제든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와 웃음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최 약사는 2022년 8월 백령도 내 하나밖에 없던 약국이 폐업했다는 소식에 지난해 4월 아무 연고도 없던 이곳에 들어왔다. 그전까지 백령도 주민들은 몸이 아프면 편의점 상비약으로 근근이 버틸 수밖에 없었다.
섬 지역 특성상 고령환자가 많다는 최씨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손님들을 맞는다”면서 “이외 시간에도 다급한 요청이 들어오면 불을 밝히고, 거동이 쉽지 않을 땐 증상에 맞는 약을 직접 가져다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 약사는 지난 3월 잠시 고비를 맞기도 했다. 협소한 공간에서 매일 1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정작 본인의 건강을 돌보지 못한 것이다. 급성 폐렴에 걸렸고, 병원에 입원하며 한 달간 휴업했다. 하지만 섬에서 자신만 기다리고 있을 주민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서둘러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최 약사는 “아프기 전에는 점심 1시간만 쉬었는데 이제는 2시간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며 “내가 오래도록 여기를 지켜야 주민들이 아파도 걱정이 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도심과 달리 다양한 약품을 구비하는 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이곳에서 혼자 지내고 있지만 믿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최 약사는 “인천까지 쾌속선으로 4시간을 달리고, 또 경기 안산의 집까지 2∼3시간 더 걸린다”면서 “육지를 다녀오면 3∼4일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식구들은 명절에나 만난다”고 전했다. 이어 “남은 약사로서의 생을 섬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