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1970년대 서울 명동을 장악한 '신상사파' 두목 신상현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과 각계에서 보낸 화환이 줄을 이었다.
이따금 정장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이 허리를 굽혀 "형님, 오셨습니까"를 외치며 '90도 인사'를 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인사를 받은 남성들은 반갑게 악수하며 "어디 식구냐"고 묻기도 했다.
빈소 앞에는 가수 설운도·태진아 씨 등 연예인과 각계 인사들이 보낸 근조화환 100여개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분향실 안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보낸 조기도 있었다.
1975년 '사보이호텔 습격사건' 등 신상사파와 맞섰던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 씨도 '조양은 선교사' 명의로 화환을 보냈고, '대전 ○○○'과 '속초 ○○○' 등 신씨의 지인이 이름과 지역만 보낸 화환들도 여럿 보였다.
장례식장 1층 로비에서부터 정장 차림의 20∼30대 남성 10여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지하 1층 빈소 앞에서는 검은 줄의 완장을 찬 남성 50여명이 일렬로 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신씨의 지인들은 "낭만과 주먹 모두를 갖춘 협객이 떠났다"고 애도했다.
신씨와 50년 넘게 인연을 맺었다는 조한구(75)씨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도를 따라 걸으신 협객이었다"며 "2주 전 통화했을 때만 해도 '점심 식사나 같이 하자자'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갑작스레 떠나셨다"고 말했다.
신씨의 후계자로 장례위원장을 맡은 홍인수(72)씨도 "정치·마약과 거리를 두고 깨끗하게 사신 분"이라며 "약한 사람은 보호하고 힘센 사람과는 싸우고 사기 치는 사람들은 '아웃'이라는 게 명동 건달들의 정신인데 요즘 조폭이라고 설치는 사람들은 입만 살아서 병풍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빈소 측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전국에서 2천여명의 조문객이 올 것이라고 추산했다. 빈소 곳곳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조직원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서열을 따지기도 했다.
경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울경찰청과 송파경찰서 소속 사복형사들을 병원 주변에 대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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