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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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서 처벌받은 사람 없어”…중처법 도입 이후 5번째 사망

“사업주 책임 묻지 않는 중처법…취지 이행되고 있는지 의문”
사망자 2명 모두 30대 초반 직원…1명은 입사 4년 차

최근 서울 지하철 1호선 한 역에서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장비차량 충돌 사고로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노조는 앞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4차례 사망 사건이 있었음에도 처벌받은 이가 없다며 중처법 실효성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2일 반복되는 철도노동자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해서 철저한 원인조사와 사업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안전한 철도를 유지하기 위해 철도노동자들은 매일같이 선로 위에서 업무를 해야만 한다”며 “이번 사고는 철도노동자들의 안전이 매일같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작업 차량 두 대가 충돌해 작업자 2명이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승강장에서 철도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새벽 서울 구로구 구로역에서 선로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장비차량 두 대가 부딪혀 30대 직원 2명이 숨졌다. 이들은 수직으로 상승하는 전기 모터카 작업대에 탑승해 5∼6m 높이의 절연구조물을 교체하고 있었는데, 옆 선로를 지나던 선로검측 열차가 선로를 침범해 공중에 있던 작업대를 들이받으며 아래로 추락했다.

 

숨진 직원 2명은 2018년과 2021년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50대 직원이 오른쪽 다리가 골절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선로검측 열차를 운전한 40대 직원도 허벅지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는 2022년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코레일에서 발생한 5번째 사상 사고다. 고용부는 2022년 3월14일 대전에서 발생한 코레일 직원 사망사고의 책임을 물어 나희승 당시 코레일 사장을 중처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해당 직원은 대전차량사업소에서 열차 하부를 점검하다 객차와 레일 사이에 끼여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오전 작업 차량 두 대가 충돌해 작업자 2명이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철도 관계자들이 사고 차량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이 법은 처벌 대상에 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장, 공공기관장을 포함하고 있다.

 

노조는 “2022년 4번째 중대재해 발생 이후 코레일 사업주는 공공기관 중 최초로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입건이 되기도 했지만 아직 코레일에서 중처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처법 제정의 의미는 실제 사업장 책임자의 의무를 강화해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사업장에서도 사업주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법의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철도노동자들의 심리적 불안함을 해소하지 못한 채 또다시 변한 것이 없는 위험한 작업환경으로 (동료 직원을) 내몰게 된다면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와 사측은 노동자 심리치료 지원을 강화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