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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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 밥 때문에 이혼…남편은 병수발 당연하다 생각"

남편이 뇌졸중 증세를 보이는 시아버지 수발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이혼을 고민한다는 아내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아버지 밥 때문에 이혼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두 달 뒤 면 결혼 1주년을 맞이한다는 작성자 A씨는 "5년 전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시작할 즈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아주 어릴 적 돌아가셔서 거의 기억에 없는 터라 어머니 잃은 슬픔을 위로해주는 남편의 다정함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결혼식 치르기 두 달 전 시어머니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침울한 분위기 속 어떻게든 식은 치렀지만 그 충격으로 시아버지가 쓰러지셨고, 뇌졸중이 와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저희 부부는 결혼하면서 제가 일을 그만 두고 남편이 있는 지역으로 온 터라 제가 (시아버지의) 병원 수발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시아버지의 퇴원 후 A씨의 시누이가 이혼을 하고 시댁으로 들어왔다고. A씨는 "(시누이 부부가) 별거하는 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이혼했다고 가방 들고 왔더라. 저는 원래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이 지역에 새로 (가게를) 차리려고 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차라 사실상 백수였으니 퇴원한 시아버지 케어도 제가 하게 됐다. 남편은 소방관이라 집에 와 잠자기도 바쁘니 제가 나서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A씨는 약 3달간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시댁을 방문해 시아버지 식사를 챙겼다. 그 와중에도 남편의 출·퇴근을 도왔고,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시누이가 마신 술병을 청소했으며 새로 차릴 가게 자리를 알아보는 일도 잊지 않았다.

 

A씨는 "마침 적당한 가게 자릴 찾아 '자리가 마음에 든다. 이때쯤 개업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과 얘길 나누는데 남편이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그럼 이제 아버지 밥은 어떡하지?' 묻더라. 너무나도 진지하게 말하는 그 표정이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저한테 묻는 거였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정말 정이 확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엔 분명 가게 열기 전까지만 챙겨달라고 부탁하는 말투였다. 그런데 어느새 당연히 제가 하는 게 맞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짜증나긴 했지만 시간 지나면 알아서 대책을 마련할 거라 생각했는데 남편 생각은 저랑 달랐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A씨 설명에 따르면, 남편은 이혼한 시누이가 하루 20시간을 취해있는 사람이라 불안해 아버지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A씨는 "(남편에게) '내가 식모살이하려고 너랑 결혼했느냐, 당연히 내 몫인 것처럼 말하지 마라, 언제까지 내가 챙길 수 없고 시누이도 (이혼해) 혼자 됐으니 본인 앞가림하게 혼내서라도 자리 잡도록 해야한다' 주장하니 남편은 '(시누이는) 원래 그런 아이니 그런 아이 믿고 제가 손 놓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네요"라고 했다.

 

심지어 A씨 남편은 '따로 돌봐줄 사람을 찾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A씨에게 매정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집 때문에 혼인신고는 미뤘다는 A씨는 "그 와중에 혼인신고는 안 한 게 다행이다 싶고 가게 계약도 안 해 돈도 굳었다 싶다. 화가 좀 가라앉아 차분히 생각해보니 이게 맞나 싶은데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한 게 맞겠죠"라며 조언을 구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