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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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형기 남은 줄 모르고 석방… 허술한 수감시설 관리 ‘도마 위’

‘오인 석방’ 2024년 들어 벌써 4건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징역형
교정 직원 인지 못해 풀어줬다가
뒤늦게 복귀 명령·추적 소동 ‘촌극’

수감시설 수용률 124% ‘콩나물’
직원 2명 1500명 담당 업무 과중
연간 1∼2건이던 사고 확 늘어나

교정당국이 실수로 수감자를 잘못 풀어주는 ‘오인 석방’이 최근 석 달 새 연이어 3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천안교도소는 벌금 노역형으로 수감돼 있던 60대 염모씨를 지난 6월4일 오전 5시 오인 석방했다. 당시 염씨는 다른 형사사건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천안교도소는 염씨를 석방한 지 11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4시쯤에서야 뒤늦게 이를 파악했다. 이미 수감돼 있는 수형자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중구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교정당국은 해당 수형자가 형기를 마친 시점에 구속영장을 집행해 다시 구속해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염씨는 석방되지 않고 미결수 신분으로 다시 구금돼야 했던 것이다. 천안교도소는 부랴부랴 염씨에게 연락해 복귀 명령을 내렸다. 염씨가 저항 없이 교도소로 돌아온 덕분에 같은날 오후 7시30분쯤 무사히 그를 다시 구속할 수 있었다.  

 

지난달 경북 포항교도소와 서울구치소에서도 하루 간격으로 오인 석방이 뒤이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오인 석방된 수형자가 교정당국의 복귀 명령에 불응해 검찰과 경찰이 추적에 나서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구치소는 음주운전과 위험운전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수감된 40대 남성 홍모씨를 잘못 풀어줬다. 홍씨가 지난 2월 다른 혐의 재판에서 징역 5개월을 추가로 확정받은 상태였다는 걸 몰라 생긴 착오였다. 홍씨를 석방한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이를 알게 된 서울구치소는 홍씨에게 연락해 복귀 명령을 내렸지만 홍씨는 불응했다. 검경의 추적 끝에 석방 사흘 만에서야 홍씨를 광주광역시에서 검거했다. 전날인 22일에는 경북 포항교도소가 노역형 형기가 남은 수형자 이모씨를 일찍 출소시켰다. 역시 교도소 측이 이씨가 받은 노역 벌금형 3건 중 2건을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2020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오인 석방은 2021년 2건, 2022년 1건에서 지난해 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7월에만 이미 총 4건의 오인석방이 발생했다.

 

이 같은 오인 석방의 급증 배경 중 하나로는 ‘초과밀 수용’ 문제가 꼽힌다. 구치소나 교도소가 정원을 크게 초과하는 인원을 수감하면서 교정 직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이 같은 부작용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수감시설 평균 수용률은 2021년 106.9%에서 2022년 104.3%, 2023년 113.3%, 2024년 8월 기준 124.3%로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최근 오인 석방이 발생한 천안교도소와 서울구치소의 평균수용률은 각각 130%, 145%로 전국 평균 수용률을 크게 웃돈다. 

 

반면 교정 직원은 2022년 1만6808명에서 지난해 1만6776명, 올해 1만6771명으로 소폭이지만 줄어들었다. 천안교도소의 경우, 수용자 1500~1600명의 수용기록 업무를 하는 직원은 2명뿐이다. 이들 직원은 수용자의 수용기록 관리뿐만 아니라 형사·행정·민사·가사·재산채무 등 각종 소송서류 접수 및 송달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정도의 초과밀 수용 상태가 이어지면서 비정상적인 업무 환경으로 인한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7일 초과밀 수용 해소 및 직원 증원, 격무 직위에 대한 보직관리 및 보상체계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수용자 오인 석방 사고 재발 방지 종합대책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경민·백준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