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성평등은 후퇴하고 민주주의 기반은 위태로워졌다”며 “역사정의는 뿌리째 뽑힐 위기에 처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이날 논평에서 “자국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명예회복에 앞장서야 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소원수리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2015 한일합의’ 정신 준수를 외치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일본군성노예제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한민국 법원이 일본 정부 책임 인정 판결을 내렸음에도 굴욕 외교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14일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해 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정의연은 “독일 베를린 평화비 철거 시도와 이탈리아 스틴티노 평화비 제막식 취소 요구 등 일본 정부의 평화비 철거 압력과 설치 방해에도 한국 정부는 수수방관한다”며 “집권 초기부터 반민족·반인권·친일 편향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앉히더니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등 역사 관련 기관에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을 임명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족정신을 훼손하고 한반도 평화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주장이다.
정의연은 “한일 양국 정부의 행태와 발맞춘 역사부정 세력도 세계 곳곳에서 활개친다”며 “30년 넘는 시간 수요시위가 진행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극우 역사관을 지닌 자들이 노골적으로 일본군성노예제 진실을 부정하고 피해자를 모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 곳곳의 평화비에 ‘철거’가 쓰인 마스크와 검정 비닐봉지를 씌우는 테러를 감행한다”며 “친일 편향 역사부정론자들이 일제의 한반도 불법강점과 강제동원, 일본군성노예제를 부정하며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마저 훼손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정의연의 비판은 시민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단체의 김병헌 대표는 올해 3월과 4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를 씌우거나 검은 비닐봉지를 두른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터다. 서울 동작경찰서도 지난 4월 서울지하철 9호선 흑석역 인근 소녀상에 비닐을 씌운 혐의로 김 대표를 송치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청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 예정이다. 평화의 소녀상이 정의연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대일적개심이 투영된 거짓과 증오의 상징물이라는 취지로 김 대표는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