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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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도의 ‘가리봉’과 행선 안내기의 ‘서울역’…그때의 1호선을 아십니까

1974년 8월15일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반세기 달려
여닫는 창문과 길쭉한 객실 형광등…세월의 흔적 여전
서울지하철 신정차량사업소 보관…추억 찾는 이들 만나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5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신정차량사업소(신정차량기지)에서 1974년 8월15일 개통된 ‘종로선’을 달렸던 1호선 열차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가산디지털단지(서울지하철 1·7호선) 대신 ‘가리봉’이 차량 내부의 지하철 노선도에 적혔고, 열차 목적지를 알리는 차량 외부의 행선 안내기에서는 ‘서울역’이 눈에 띄었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철길을 힘차게 달리다가, 내구연한(25년) 만료로 이제는 서울 양천구 신정차량사업소(신정차량기지)에 잠들어 역사성을 전하는 서울지하철 1호선의 이른바 ‘1세대 전동차’ 이야기다.

 

◆내부로 들어선 순간 1990년대로…타임머신 탄 듯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50주년인 15일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찾은 신정차량기지에서 마주한 1호선 열차는 내부로 들어선 순간 1990년대로 돌아간 듯했다.

 

1974년 8월15일 ‘종로선(청량리~서울역)’ 개통 당시 차량으로 객실 형광등이나 90년대 서울지하철 노선도 등 세월의 흔적이 여전했다.

 

외관 창틀의 빨간띠와 같은 적색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의 객실 의자는 푹신했고, 손으로 슬쩍 쓸어보니 부드러운 촉감도 그대로였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내부의 가연성 소재를 모두 없애면서 지금은 이처럼 푹신한 의자에 앉아볼 수는 없다.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5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신정차량사업소(신정차량기지)에 세워진 1974년 8월15일 개통된 ‘종로선’을 달렸던 1호선 열차의 내부 모습. 김동환 기자

 

지금은 통창이지만 손으로 직접 위아래로 여닫기가 가능한 그때의 창틀도 차에 고스란히 남았다.

 

출입문 근처에는 간첩신고 등을 당부하는 국가정보원 광고가 붙어 오래전 사회 분위기를 짐작하게도 했다.

 

무엇보다 문 위에 붙은 지하철 1호선 노선도가 주목됐다.

 

2005년 노선도의 1호선 색상(군청색) 통일 전까지 각각 빨간색과 군청색이었던 1호선과 국철 노선도 색깔이 이 열차에서는 그대로였다.

 

1호선과 국철의 노선색이 다르다 보니 승객들은 두 노선의 색깔이 만나는 청량리와 서울역을 환승역으로 오해했다고도 한다.

 

서울특별시 지하철 건설본부로 시작해 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 등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던 1호선의 운영 주체와 국철을 맡은 철도청의 운영 구간이 서로 달라 벌어진 일이다.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5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신정차량사업소(신정차량기지)에 세워진 1974년 8월15일 개통된 ‘종로선’을 달렸던 1호선 열차 내부의 지하철 노선도. 1호선(빨간색)과 국철(군청색)의 노선 색깔이 달라 주목된다. 김동환 기자

 

고개를 드니 이번에는 천장과 승객 손잡이에 눈이 갔다.

 

지금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차량 안을 환하게 밝히지만 이때는 집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길쭉한 형광등이 달렸다.

 

다만, 운행 종료를 앞두고 이뤄진 내부 개조로 1호선 객실에 에어컨이 설치되면서, 과거 언론 사진에서 접할 수 있었던 천장의 선풍기를 이날은 볼 수 없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5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신정차량사업소(신정차량기지)에 세워진 1974년 8월15일 개통된 ‘종로선’을 달렸던 1호선 열차 내부의 조명.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대부분인 지금과 달리 길쭉한 형광등(노란 동그라미)이 주목된다. 김동환 기자

 

마지막으로 둘러본 운전실은 조작 장치가 두 개인 이른바 ‘투 핸들 시스템’이어서 주목됐다.

 

운전석에 앉아 앞을 바라보면 왼쪽에는 속도 조절 기어가 오른쪽에는 브레이크가 눈에 띈다.

 

모두 손으로 작동하는데 조절 기어로 속도를 높였다가 낮추고, 브레이크는 제동 강도를 높이거나 낮춰 운행을 제어하는 방식이라고 동행한 차량기지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같은 날 차량기지에서 검수를 위해 이동하는 2호선 운전실에서 본 ‘전진(F)-중립(N)-후진(R)’ 표기 기어, 앞뒤로 밀었다가 당기는 식의 속도 조절 레버와 달라 더욱 흥미로웠다.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5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신정차량사업소(신정차량기지)에 세워진 1974년 8월15일 개통된 ‘종로선’을 달렸던 1호선 열차의 운전실 모습. 가속장치(왼쪽 노란 동그라미)와 브레이크(오른쪽 노란 동그라미)의 이른바 ‘투 핸들 시스템’이다. 김동환 기자

 

◆노면전차 철거로 필요성 대두…지하철 시대 열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하철의 개통 필요성은 느린 속도와 노후화 등으로 인한 잦은 고장이 문제로 지적된 ‘노면전차’가 1968년에 철거되면서 대두했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의 지휘 아래 지하철 건설 준비에 본격 착수했고, 1970년 6월 서울특별시 지하철 건설본부를 발족했다.

 

같은 해 10월 정부의 ‘지하철 1호선 건설계획 및 수도권 전철계획’ 공식 발표에 이어 이듬해 박정희 대통령과 시민 3만여명 등이 참석한 서울시청 앞에서의 착공식, 3년 후 ‘서울역~종각역’ 시운전으로 지하철 시대가 열렸다.

 

1974년 8월15일에 개통한 1호선은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 9개역(7.8㎞)을 달렸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5분 간격 배차로 시민들을 바쁘게 실어 날랐다.

 

이러한 ‘1세대 전동차’는 개통 당시 1개 편성에 총 6량으로 총 10개 편성(60칸)이 들어왔고, 교·직류 겸용 저항제어 방식이었다.

 

차량은 모두 일본의 히타치중공업이 만들었다.

 

특히 같은 날 철도청도 경부선(서울역~수원역 41.5㎞)과 경인선(구로역~인천역 27㎞), 경원선(용산역~청량리역~성북역 18.2㎞) 전철화를 완료해 서울지하철 1호선과의 직결운행이 이뤄지면서 수도권의 혈이 뻥 뚫렸다.

 

철도청 도입 차량 126칸은 바탕은 군청색에 창틀이 크림색으로 1호선과 외관이 달랐다.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을 앞둔 1974년 3월, 부산항을 통해 국내에 1호선 최초 전동차가 반입되고 있다. 서울사진 아카이브 제공

 

1977년~78년 대우중공업이 해외 기술제휴로 국산 전동차를 36칸 제작해 1호선에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차츰 국산 전동차의 영역이 생겼다.

 

1981년에는 한 편성을 8칸으로 늘렸고, 1989년에 대우중공업과 현대정공에서 64량을 추가로 도입하면서 1개 편성이 지금과 같은 10량을 갖췄다.

 

◆1호선의 다양한 추억…차량기지도 발길 이어져

 

1980~90년대 1호선을 타 본 사람이라면 1세대 전동차에 관한 추억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하다.

 

열차 기관사를 향해 손을 흔들어봤다거나, 신발 벗고 의자에 무릎 꿇은 채 창밖의 풍경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일 등을 많은 이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언급한다.

 

서울교통공사가 개통 50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토리 공모전에 지하철에 얽힌 다양한 사연 총 360편이 접수됐다고 하니, 시민들의 다리 역할을 해온 지하철에 관한 추억이 많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1세대 전동차는 1998년 운행을 마지막으로 이듬해에 모두 폐차됐지만,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최초 투입된 차량을 남겨 옛 기억 되짚는 이들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옛 추억을 되짚는 이들의 관심과 철도 애호가 등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매달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에 이뤄지는 신정차량기지 견학 프로그램은 취재일 기준으로 대략 두 달 후 일정까지 참가자 모집이 이미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