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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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전 사립대 행정실수에 운동부 예산 ‘펑크’…선수단 운영 위기

대전의 한 사립대 운동부가 대학 학과장의 행정실수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 있는 국가대표선발전과 전국대회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14일 대전지역 A대학교에 따르면 대학운동부로 양궁·세팍타크로·씨름팀 3개 운동팀이 운영되고 있다. A대 운동팀은 연간 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데, 학교에서 2600여만원, 대전시체육회 1500여만원,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3000여만원이다. 이 예산은 3개 운동팀이 나눠 1년의 훈련경비, 용품비, 대회참가비 등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올해 대전지역에서 유일하게 A대학만 대학스포츠협의회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매년 4월초 지원금 신청을 받는데 신청권한이 있는 A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장 B 교수가 기한 내 서류접수를 안해 신청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 교수는 “해당 신청 건이 있는지 잘 몰랐다”며 “신청 기한이 지나고 이틀 후에 서류를 냈지만 평가에서 안된 거 같다”고 해명했다. 

 

대학스포츠협의회의 대학운동부 지원사업은 대학 내 운동부의 운영 실적을 평가해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4월초에 신청을 받아 학생선수 확보 및 역량, 지도자 역량, 사회적책임 등 세부 평가지표를 통해 대상 대학운동부를 선정, 3000만원∼2억원을 지원한다. 

 

대학운동부가 있는 대전지역 다른 대학들은 올해 3000만∼6300만원의 지원금을 가져갔다.  

 

최근 5년간 A대학은 2019년 3800만원, 2020년 2950만원, 2021년 3650만원, 2022년 3500만원, 2023년 2700만원을 받았다. 

 

학과장의 행정 미숙으로 3000여만원의 예산이 펑크나면서 운동팀은 하반기 예정돼있던 전국대회와 국가대표선발전 출전 등 일정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A대학 운동팀의 성적은 최상위권이다.    

 

세팍타크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전국대회에서 다수의 금메달을 땄다. 양궁팀은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2개·동메달 1개,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운동팀 감독들과 선수들은 학과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A대학 한 운동팀의 감독은 “1년간 훈련과 대회 출전은 통상적으로 전반기는 학교와 대전체육회 예산으로, 후반기는 대학스포츠협의회 예산을 활용하는데 예산 펑크로 훈련은 물론 용품도 사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학과장은 시체육회에서 파견해준 감독들에게 외부 지원을 받아 운영해보라거나 체육회 지원금으로 충당해보라는 황당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상황에 대전시체육회는 지난달 양궁팀에 화살 등 용품비로 408만원을 긴급 지원했다. 

 

지원금 펑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 몫이되고 있다. 운동부 학생들이 대회 출전하지 못하면 경기력 저하는 물론 실적을 낼 수 없어 체육특기자장학금과 기숙사비 지원 등 학생선수들에게 제공되는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대학스포츠협의회 관계자는 “A대학이 평가에서 탈락한 게 아니라 신청 기한 내에 신청을 못했기 때문에 아예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평가지표 중 과락지표에서 0점을 받지 않으면 대부분 신청한 대학운동부에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A대학 관계자는 “학생선수들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학교 재원으로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