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개인 스폰서 완화를 요구했다. 메인 스폰서 의존에서 벗어나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였다. 선수들은 이런 상황이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회계 산입 없이 스폰서의 후원 30%를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택규 협회장은 이렇게 받은 페이백을 절차 없이 임의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협회와 김 회장이 이런 비리를 저질러 왔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에 나섰다. 이날 문체부, 체육계 등에 따르면 협회는 2023년 요넥스와 계약하며 대회에 사용된 셔틀콕 30%를 추가로 받는 일종의 ‘페이백 부속합의’를 맺었다. 요넥스가 후원하는 셔틀콕은 배드민턴 승강제 리그(BK5)와 유·청소년클럽대회인 아이리그, 또 여학생 배드민턴교실 등 국가공모사업 등에 사용됐다. 여기에는 약 2만타의 셔틀콕이 투입됐다. 합의에 따라 6000타가 추가로 협회의 몫으로 돌아갔다. 대회용 셔틀콕 1타가 1만7900원인 만큼 대회에는 3억5800만원어치의 셔틀콕이 사용됐고, 이와 별개로 협회는 1억740만원어치의 장비를 챙기게 된 것이다.
협회는 요넥스에서 받은 30%의 페이백을 회계처리하지 않고, 김 회장은 이를 절차 없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이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협회 내부 관계자는 “지난 2월 열린 제90차 이사회에서 일부는 김 회장에게 페이백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며 “당시 ‘공장에서 남은 철 찌꺼기를 팔아먹어도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된 만큼 이제 투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왔지만 김 회장은 ‘그동안 문제가 없었는데 이것도 회장 마음대로 못 하느냐’고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페이백이 30%였지만 2022년까지는 40%를 지급한다는 부속합의가 있었다”며 “국가공모사업이 ‘관례’라는 이유로 투명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이렇게 얻은 물품을 자신의 측근들이 있는 단체 및 지역 대회에 밀어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세금 등 문제가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횡령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김 회장이 회계처리가 되지 않은 자산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폰서 문제는 안세영이 완화를 요청했던 부분이다. 안세영은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스폰서에 따른 보상은) 선수들에게 차별이 아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협회는 지난해 2월 요넥스와 4년간 대표팀 후원을 위한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선수들은 이 기간 모든 국제대회에서 요넥스 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요넥스는 “국가대표뿐 아니라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고른 발전 및 배드민턴 인프라 확충을 위해 협회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체부는 협회의 페이백 문제에 대해 파악해 조사에 나섰다. 문체부는 협회에 관한 조사를 위해 10명으로 이뤄진 조사단을 12일 꾸려 조사 중이다. 조사단 고위 관계자는 “페이백 관련 내용은 다양한 루트로 제보가 들어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례라는 이유로 이어졌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게 이번 조사의 목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협회 측은 “30% 페이백 지원을 요넥스에 요청해 받은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사적으로 쓰지 않고 대회를 치르는 각 시도협회에 배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