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대목? 그것도 옛말이지 다 해외 나가니까 오히려 장사가 더 안된다니까요.”
서울 마포구에서 2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A(54)씨가 분주히 점심 장사 준비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 같으면 연휴가 긴 만큼 손님도 많아져 몸은 힘들어도 매출이 늘어 연휴가 반가웠지만 이제는 장사를 방해하는 ‘불청객’일 뿐이다.
A씨는 “우둔살 등 식재료도 안 팔리면 썩기 때문에 평소보다 절반가량 적게 주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는 오르고 손님은 줄어드니 버텨낼 재간이 없어 계속 장사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공덕시장에서 20년째 과일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정모(58)씨는 물러터진 복숭아를 솎아내며 “연휴가 있으면 다들 외곽으로 빠져나가서 매출이 30% 정도 떨어지는 것 같다. 이번 광복절 연휴는 마지막 피서철이라 더할 것”이라며 “고물가에 불경기라 적자도 빈번한데, 이번 달은 특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쓰러지는 소상공인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만명에 가까운 사업자가 폐업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연휴에 따른 해외 여행객의 증가로 손님이 줄어들며 소상공인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1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폐업으로 인해 소상공인과 소기업에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7587억원이다. 전년 동기(6669억원)보다 13.7% 증가한 수치다.
소상공인 폐업자는 지난해부터 증가해왔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 및 법인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86만 7292명)보다 12%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 폐업이 27만6535명으로 가장 많고, 서비스업(21만7821명)과 음식업(15만8279명)이 그 뒤를 잇는다.
소상공인 폐업이 증가하는 까닭은 3고(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의 영향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전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낙폭으로, 최근 9개 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내수 경기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전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 차례 타격을 입었던 탓에 현재 불황이 소상공인들에게 더 아프다.
연휴도 문제다. 과거와 달리 상당수 시민이 연휴에 거주지를 벗어나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탓이다. 해외 여행객도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2013년 512만6730명이었던 국제선 여객 수는 2016년(697만3549명) 700만명가량으로 껑충 뛴 뒤 2017년(704만8986명), 2018년(781만5134명) 상승세를 이어오다 2019년 814만627명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여객 수가 뚝 떨어졌지만 엔데믹(풍토병화) 선언 뒤 차츰 회복해 지난해 8월 국제선의 여객 수는 665만6893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