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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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권 침해’ 학부모 평가 개선, 교원 전문성 강화 계기로

교육부가 어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개편 방향 시안을 공개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도입된 교원평가는 교원의 학습·생활지도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하고, 이를 교원들의 자질 확충에 활용해온 제도다.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에서 매년 9월부터 11월까지, 약 3개월간 평가가 이뤄져 왔으나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잠정 중단됐다.

개편 시안에 따르면 교사에 대한 교권 침해 및 성희롱 논란을 초래했던 학생·학부모의 서술형 평가가 폐지된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 인식조사로 전환되며,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교육청 주관 학교평가로 대체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교권보호에 대한 제도 개선을 체감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많은 교사가 학생·학부모의 서술형 평가에 적힌 교육활동과 무관한 인신공격이나 성희롱 발언·욕설 등으로 상처받았다. 익명으로 제기하는 교원평가의 부작용 탓이다. 2022년 12월 전교조가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가운데 3명은 교원평가의 서술식 문항을 통해 성희롱, 외모 비하, 욕설, 인격모독 등을 겪었다는 응답을 내놨다. 교육 전문성 향상이라는 당초 도입 목적과 달리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학부모들 간에 갈등만 키운 게 사실이다. 교원단체의 폐지 주장 등 하소연이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죽했으면 교원 인기투표 내지 인상 평가로 불렸겠는가. 학생·학부모가 교원을 평가해 전문성을 신장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교직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잘못된 접근이었던 셈이다.

교육부는 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교원평가 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올해에는 현장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원평가 시행 유예를 검토하고, 내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이후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차질없이 이행되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권 추락은 심각한 지경이다. 여기에 잘못된 교원평가로 인해 움츠러든 교사들은 제대로 된 학생 지도에 나서기를 기피했고, 이는 공동체 교육 환경을 망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원평가 제도 개선이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 공교육 정상화의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교사가 존중받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공교육은 설 자리를 잃는다. 교원평가에 더 이상 교권침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