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자신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51%”라면서 “아직 결심이 선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또 다른 여권 대선 주자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비교할 때 ‘종합행정 경험’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올림픽 재유치 의지도 천명했다.
오 시장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고는 “(민선 8기 서울시장)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동안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정도로 말씀드렸었는데 지난달 임기 반환점이 지났다”며 이 같이 답했다. 그는 다만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질문에 답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오 시장은 그간 ‘차기’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50대 50’이라는 표현으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며 시정에 집중해왔다. 그랬던 그는 지난 4·10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뒤 “역할을 하겠다”며 주요 정치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한 대표를 “평생 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라고 평가하며 “서울시 행정은 국방 빼고는 다 있다. 저는 4번째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는 것을 비롯해 종합행정으로 시행착오 경험을 많이 쌓아온 게 차이라면 차이고, 차별점이 생길 수 있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 전 대표의 대선 후보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오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며 “중대한 범죄로 재판이 걸렸고, 10월이면 선고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오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민주당 사당화에 따른 정치적 책임론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에 대해선 “(우리) 당 핵심 지지층 사이에선 복권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깊은 뜻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한국의 현 정치 상황과 관련, 오 시장은 “국민이 정치를 정말 싫어하신다”며 이를 ‘팬덤정치로부터 비롯된 양극화된 극단적 정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로 바뀌어야한다”며 “그런 점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해왔다. 그런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2024 파리올림픽 직후 ‘2036 서울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꽤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더 연임하지 않겠다고 해 새로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서울이 굉장히 유리한 상태란 건 IOC 위원들에게 공유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이미 한 번 대회(올림픽)를 치렀고, 대회 몇 년 전인 2031년까지 잠실 스포츠·MICE(마이스) 단지가 완공된다”며 “시설물 투자가 더 안 되기에 흑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보통 다른 나라도 50년만에 재개최하는데, 2036년이 (1988 서울올림픽 이후) 48년째”라고 덧붙였다. 그는 2036 서울올림픽 재유치의 주요 경쟁국으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최근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내용을 담은 8·8대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 오 시장은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할 때 저희가 역제안했다”며 “시가 새로 시작한 신혼부부용 저렴주택(가칭 ‘미리내집’)을 많이 지을 수 있게 해준다면 해제해도 무리 없지 않겠느냐고 했고,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미리내집이 아주 각광 받고 있는 정책이고, 시민 건강을 위한 앱(어플리케이션) ‘손목닥터 9988’과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등 정책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얼마 전 논란이 일었던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방안에 대해선 “꼭 태극기를 높이 세우는 게 애국심이냐는 지적도 있어서 어떻게 하면 시민들께서 국가적 정체성과 자랑스러운 역사를 예술품 즐기듯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시는 현재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관한 시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오 시장은 의견 수렴을 마치는대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