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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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광복절 앞두고…잠실역·안국역서 사라진 독도 조형물

서울 지하철 잠실역과 안국역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이 최근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14일 공사에 따르면 잠실역과 안국역 독도 조형물이 각각 지난 8일, 12일 철거됐다. 광화문역 조형물은 지난 5월 철거가 완료됐다. 시청역과 이태원역, 김포공항역 등 3곳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은 아직 남아 있다. 서울 지하철역 독도 조형물은 2009년 이상용 서울시의원 등이 발의한 ‘독도수호를 위한 서울특별시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후 2010년 서울 지하철 역사 6곳에 독도 조형물이 설치됐다.

 

시민들은 이번 조치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한다. 꼭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독도 조형물을 철거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더욱이 안국역은 2019년 당시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테마역사’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서울 지하철 시청역 1·2호선 환승 통로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 구윤모 기자

공사는 시민 안전을 위한 조치일 뿐, ‘독도 지우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독도 조형물 외 다른 조형물과 상가 등 역사 내 안전 위협 요소를 파악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 시점에 철거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처음 조형물을 설치할 때만 해도 승객 혼잡도와 안전성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시기였다”며 “잠실역은 별내선이 개통했고, 안국역도 서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조형물을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도 조형물을 같은 역 내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각 역에서 이설 공간을 검토했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철거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독도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고려해 철거가 완료된 잠실역, 안국역, 광화문역에 승객 동선에 지장이 없고 유지·관리가 용이한 액자 형태로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