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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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선배들 빨래 도맡은 안세영…부모까지 나섰지만 해결 안돼

문체부, 제도 문제 등 종합 조사 방침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 선수가 지난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지난 7년간 대표팀 선배들의 빨래와 청소 등 잡일을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15일 문체부 등에 따르면 미흡한 선수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해 협회를 대상으로 경위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10명 이상의 조사단을 꾸린 문체부는 협회가 위치한 올림픽회관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국제 대회 출전 규정 등 제도 문제와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앞서 안세영의 부모는 지난 2월 협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속팀에서의 재활과 전담 트레이너 배정 등을 요청했다고 SBS 등은 보도했다. 이와 함께 선수촌 내 생활 문제 개선도 요청했다. 안세영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그는 대표팀 막내 생활을 해온 7년 내내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줄을 갈고, 방 청소와 빨래 등 잡일을 도맡아했다고 한다.

 

안세영 측은 “일과 후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잡무로 피해를 받아왔다”며 협회에 개선을 요청했다. 또 국제대회를 앞두고도 선후배 간 생활 패턴이 다르면 후배가 선배에게 맞추느라 불편한 상황이 이어진다며 1인1실 사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세영 부모는 항공기 좌석 문제 등도 거론,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컨디션을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특히 올해 1월 열린 인도 오픈 때 허벅지 부상으로 8강에서 기권한 안세영이 조기 귀국을 원했는데 왜 받아들여 주지 않았는지 정확한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협회는 이런 면담 내용을 대표팀에 전달했고, 대표팀 코치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점진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은 조만간 출범할 진상조사위를 통해 안세영 측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협회와 대표팀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선수단을 방임하고 있다”며 “7년 동안 정말 많은 걸 참고 살았다. 대표팀과 함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흡한 부상 관리 체계와 낡은 훈련 방식, 개인 후원 계약 제한 등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표팀을 떠나 개인 자격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할 뜻을 내비쳤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