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공분을 산 배드민턴 협회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라’ 지침이 1988년에 제정됐으며, 대한체육회는 이 지침을 3년 전 삭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배드민턴협회는 파리 올림픽 5달 전인 지난 2월 ‘협회와 지도자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시킨다’는 규칙을 신설해 의문을 샀다. 해당 조항이 금메달 획득 직후 협회에 대한 직격 발언을 내놓은 안세영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조항 자체의 후진성 역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의원은 “군인의 경우도 명령 복종 범위를 ‘상관의 직무상 명령’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도자의 모든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배드민턴 협회 조항은 시대착오적이자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14일 KBS에 따르면 해당 대한체육회는 선수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3년 전 ‘무조건 복종 지침’을 삭제했다. 무려 2021년까지 존재했던 이 지침의 연원은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88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국가대표 훈련 관리지침’을 제정했고, 이는 이후 36년 동안 한국스포츠계의 헌법처럼 인식돼왔다. 이 지침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의 첫 번째 의무는 훈련뿐 아니라 개인 생활에서도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이 지침으로 인해 오래된 관행과 악습의 희생양이 돼왔다. 논란을 일으킨 조항을 되살리기까지 한 배드민턴협회는 막내에게 청소와 빨래를 몰아서 시키는 관행을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폭로도 나왔다다. 7년째 배드민턴 대표님의 막내인 안세영 선수의 부모까지 나서서 시정을 요구했지만 배드민턴협회 측은 ‘여태까지 해오던 걸 어떻게 갑자기 바꾸냐’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가 터지고서야 ‘무조건 복종’ 지침에 대하 의문이 제기됐다. 2018년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과 2020년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대한체육회는 2021년 국가대표 운영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문제의 무조건 복종은 “선수는 지도자가 경기력 향상과 관련해 지시한 사항을 이행한다”로 변경됐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대한양궁협회 국가대표 운영 규정의 경우 선수의 의무에 대해 ‘경기력 향상과 관련한 지시사항 이행’, ‘정당한 인권 및 안전 보호를 위한 지시사항 이행’ 등으로 한정돼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무조건 복종’ 지침이 삭제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저도 그게 있는 줄조차 몰랐다. 그런(복종) 문구를 다 삭제를 하고 다른 문구로 고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