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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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최대 적은 무관심… 정치권 화두로 끌어내라

종의 소멸/ 카트린 뵈닝게제·프리데리케 바우어/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1만8000원

 

조류든 숲이든 열대초원이든 포유류든 물고기든 산호초든, 도처에서 자연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생물다양성도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변화를 의식하지 못한다. 위기와 대재난에 대해 너무 자주 들어서 익숙하기 때문일 수 있고, 그런 주제에 진저리가 나서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우리 모두와 상관있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채소를 직접 재배하든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든 세상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자연과 자연의 풍성함 그리고 자연의 성과에 종속되어 있고, 우리에게는 물, 공기, 음식, 휴식이 필요하다.

카트린 뵈닝게제·프리데리케 바우어/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1만8000원

인간은 유례없는 속도로 자연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 모든 생태계의 절반은 이미 상당히 변했고, 대략 800만종 가운데 100만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근래 지상에는 바이오매스보다 인간이 생산한 재료, 즉 콘크리트·아스팔트·금속·플라스틱·유리·종이 등이 더 많다. 여기서 문제는 이 같은 자연 손실의 과정이 살금살금 이루어지며 우리가 직접 감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생물다양성이라고 할 때 포함하는 세 가지 차원, 즉 종들의 다양성, 종들 내의 다양성,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일어나는 멸종이 그렇다. 특히 파괴되거나 황폐화하고 그리하여 생명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는 서식지가 중요하다. 매년 1000만㏊의 숲이 사라지는데, 이는 포르투갈(922만3000㏊)보다 더 넓다.

해결책은 단 하나뿐이다. 자연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회수하는 것. 식료품 공급·교육·의료 혜택·기대수명에서 얻은 성과 등은 아무도 포기하려 하지 않을 테고, 가능하면 이런 혜택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자연을 소모하는 일과 분리해 그런 혜택들을 제공해야 한다. 자연을 무한한 자원 제공처로 삼는 경제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어야 한다.

자연을 대가로 얻는 성장에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 많은 일이 일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정치적 차원에서 그러해야 한다.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낭만주의자나 별난 사람이 관심을 갖는 틈새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정치와 경제에 새로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는 얘기다. 요컨대, 주변부나 틈새에 머물러 있는 주제를 대중의 인식 속에, 정치적 행동의 중심에 자리하도록 북돋아야 한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