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기기에 탑재돼 독립적으로 실행 가능한 ‘엣지 AI(인공지능)’가 성장이 정체된 이동통신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기반 AI와 달리 엣지 AI가 투자비는 적게 들고 활용도가 높은 이점이 있어서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미국 AI 솔루션 기업 스마트글로벌홀딩스(SGH)와 손잡고 ‘텔코 엣지 AI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SK텔레콤이 SGH에 투자한 금액은 2억달러(약 2700억원)다. 이는 SK텔레콤이 지금까지 AI 분야에 투자한 금액 중 최대 규모다.
두 회사는 향후 엣지 AI, 미래 메모리 솔루션 등 AI 인프라 사업 영역 전반에 걸친 협력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통신 인프라와 AI를 접목한 통신 특화 엣지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LG유플러스도 고객 특화 경량화 모델(sLLM)인 ‘익시젠’을 접목한 온디바이스 AI 전용 반도체 칩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협력체계 구축에 들어간 KT도 올해를 온디바이스 AI 사업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AI를 기기에 직접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는 엣지 AI의 한 종류다.
이동통신 3사가 엣지 AI 시장에 발 빠르게 뛰어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클라우드 기반 AI의 경우 후발주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천문학적인 개발 및 운영 자금이 소요된다.
오픈AI의 챗GPT만 하더라도 하루 운용비용만 약 70만달러(약 9억6950만원)로 추정된다. 유지보수비용과 인건비, 연구개발(R&D)비 등 비용을 제외한 순수 유지에만 매년 3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AI 후발주자인 국내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선 막대한 개발비가 필요하고 당장 수익성도 담보하기 어려운 클라우드 AI보다 고객 서비스에 특화할 수 있는 엣지 AI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기기 사양이 높아지면서 엣지 AI는 클라우드 기반 AI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성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뗄 수 없는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선 이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엣지 AI 생태계가 가진 확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엣지 AI 구현을 위해선 기기에 특화된 AI 반도체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챗GPT가 오픈AI의 서버에서 구동하며 각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데 반해 엣지 AI는 개인에 특화된 기기 안에서 구동하며 사용자에게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엣지 AI 반도체 개발 등에 앞다퉈 뛰어드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스카이퀘스트는 엣지 AI 시장이 매해 31.7%씩 증가해 2031년 1859억5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엣지 AI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시장도 2028년 41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기기 사양이 발전하면서 엣지 AI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엣지 AI의 경우 클라우드 기반 AI와 차별화한 영역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