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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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말 경연장 전락한 청문회,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국민의힘이 그제 소속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조사를 지휘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과 관련해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면책특권 뒤에 숨어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부인에게 이성을 상실한 패륜적 망언을 퍼부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의원 발언은 시정잡배라도 쉽게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저급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 주도로 그제 열린 법제사법위의 ‘검사 탄핵’ 청문회는 우리 국회 수준을 보여주는 듯해 딱하다. 여야 의원 간에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었다. 권익위원장 출신인 전 의원이 “권익위 수뇌부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등을 덮기 위해 강직한 공직자를 억울하게 희생시켰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본인은 그분 죽음에 죄가 없느냐”고 하자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김건희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았느냐”고 했다. 전 의원은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윤석열이 국장을 죽인 거예요”라고까지 했다. 밑도 끝도 없이 검사 탄핵부터 한 뒤 증거를 찾겠다면서 청문회를 열어놓고선 엉뚱한 사안을 끌어다가 대통령 부부를 향해 막말을 퍼붓는 게 정상적인 국회 활동인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 등을 따지겠다면서 야당이 소집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 풍경도 다를 바 없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을 향해 “건방 떨지 말라”고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청문회에서 “뇌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최민희 위원장은 “팔짱 끼고 웃지 말라”, “얼굴 비비지 말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군복 입은 장성들에게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라”면서 퇴장시킨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런 막장급 청문회를 도대체 왜 틈만 나면 여는지 모르겠다. 22대 국회 개원 70여일 만에 입법·현안 청문회를 10차례나 열었으나 ‘맹탕’, ‘정쟁’ 청문회라는 꼬리표만 붙었을 뿐이다.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를 했다고 검사들을 탄핵하고 우호적인 방송사 지형을 지키겠다고 벌이는 일이 아니겠는가. 막말 경연장이라도 된 듯한 청문회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기만 하다. 국회의원에게 주는 세비가 아깝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