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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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갈 30년 늦출 연금정부안 곧 제시, 여야도 개혁 속도 내야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30년가량 늦추는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세대 간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청년층은 덜 내는 대신 장년층이 더 내는 보험료율 차등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연금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는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직접 개혁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정부안을 내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안이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건 맞는 방향이다. 보험료율 인상 때 보험료를 내는 시기가 짧은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나 그 이상을, 연금 약자인 청년층은 0.5%포인트씩 적용하는 식이다.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납부액을 올리거나 수급액을 줄이는 자동안정화 장치도 도입된다. 이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2055년 예상되는 기금 고갈을 30년 늦추기는 역부족이다. 결국 보험료율은 OECD 평균(18.9%)의 절반인 9%에서 확실히 높이되 소득대체율(현 40%) 인상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안에는 국민연금에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과 연계한 구조개혁방향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33만원 지급되고 있다.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국민연금은 평균 수령액이 88만원인데 절반 이상이 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래서는 국민연금은 갈수록 가입 유인이 약화돼 유지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노후소득보장체계의 틀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이해당사자의 고통과 반발이 커질 텐데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정교하고도 치밀한 중장기 개혁안을 강구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사실상 합의했던 모수 개혁부터 먼저 하고 구조개혁은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연금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재정부족분이 연평균 52조원씩 늘어난다. 2026년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선거 영향에서 자유로운 올해와 내년이 개혁의 적기다. 얼마 전 국민의힘은 이달 말까지 국민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합의안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연금개혁을 서두르자고 화답했다. 말잔치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여야는 조속한 시일 내에 머리를 맞대고 가시적 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