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를 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6일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닷새의 휴식을 권했다.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 교수는 ‘코로나에 걸렸다면 어느 정도 격리를 권하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3~5일까지 바이러스 배출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3일 정도는 반드시 사람 있는 데 가지 않고 쉬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인정을 해준다면 5일까지가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회사들이 감기 증상이 있어도 나오라고 하는 상황이다 보니 거의 못 쉬고 계신다”며 “어떤 감염병이든 ‘아프면 쉰다’는 게 문화로 자리를 잡아야 하고, 노사 관계에서도 강조가 되어야 하는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다 보니 회사도 그렇게 인정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상병수당 등 본인이 아프다고 하면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강조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백신을 또 맞아야 하나’라는 추가 질문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시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감염병 등급에 따라 나뉘는 1~4등급 중 가장 낮은 4등급에 해당하면서 ‘격리 의무’는 이제 없어졌지만 충분한 휴식을 이 교수는 권했다. 방역 당국은 기침과 발열 등 주요 증상이 호전된 후 24시간 경과 시까지 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마스크 착용도 의무는 아니지만 이 교수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나 써야 되는 사람들은 잘 써주는 게 중요하다”며 “고위험군 경우 감염 시 상당히 위험할 수 있으니 마스크를 꼭 쓰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당국에 따르면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이나 노인 요양원 등 입소형 감염취약 시설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지만, 당국은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의료기관이나 감염취약시설에서는 종사자와 방문자 모두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것으로 지침을 강화할 계획인데, 이미 의료기관이나 감염취약 시설 중에서는 자체적으로 방문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안내하는 곳도 있다.
전공의 부재 등을 언급한 진행자의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걱정이 있다’는 말에 이 교수는 병실 부족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문제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상당한 압박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속 약국·병원 등에 공급되는 치료제가 신청량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에는 “작년 겨울에 유행이 심하지 않다 보니 약이 좀 남았고, 올해 11월까지 약을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번 여름 갑자기 유행이 커지니 그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이라고 이 교수는 진단했다. 그리고는 향후 2~3주 정도는 치료제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청에서 받은 코로나19 치료제 수급 현황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기준 전국 약국·의료기관의 치료제 신청량은 총 19만8000명분이지만 공급량은 3만3000명분으로 약 17%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 등 먹는 치료제 신청량이 19만3000명분이고, 정맥 주사제인 베클루리주의 신청량은 5000명분이다. 반면에 공급량은 먹는 치료제는 3만명분, 주사제는 3000명분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투여하는 먹는 치료제만을 따졌을 때 공급률은 15.5%다.
치료제 사용량은 지난 6월 넷째주 1272명분에서 지난달 다섯째주의 약 4만2000명분으로 30배 넘게 늘어 더 많은 치료제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 물량 구매 적극 추진으로 이달 안에 신속히 치료제를 도입할 방침인 질병청은 2주 후에는 원활한 치료제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