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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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곳곳서 충돌… 차주들은 “권익 침해” 반발 [미드나잇 이슈]

충전율 제한·지하출입 차단 등 대책 쏟아져
소방시설 확충 나선다지만 근본 해법 없어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츠 화재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안전 대책 대부분 전기차 운전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내용이고 근본적인 방지책은 없어 주민 간 갈등만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서울시는 9일 배터리 잔량 90% 이하로만 충전할 수 있도록 제한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도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의 한 복합쇼핑몰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차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는 주행거리에 민감한데, 충전율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미 전기차에는 과충전 방지를 위해 완충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설정돼 있고, 이번 화재 원인이 배터리 과충전으로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지자제들은 지하에 있는 관용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각 아파트 단지에서도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자 주민 간 갈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신규 전기차 등록을 막는 아파트가 있는 한편 한 아파트에는 외부 전기차 출입을 막는다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올리거나 전기차의 지하 출입을 방지하는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차량 1만대당 화재 발생 비율은 내연기관차가 1.84대 전기차가 1.12대다. 차량이 정차된 상태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주차장이나 공터 화재 발생 비율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보다 높지만 큰 차이가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서울의 한 복합쇼핑몰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뉴스1

또한 국립소방연구원 등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더 큰 열 방출량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화재의 진압이 내연기관 차보다 어렵기는 하지만, 출입을 통제하거나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대형 화재를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지자체는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소방시설 확충에 나선 곳도 있다. 부산시는 전기차 화재 신고 후 7분 이내 도착을 목표로 골든타임 확보 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질식소화 덮개 등 전기차 화재 전용 진압장비 4종 140점을 확충하고 공동주택에 화재 예방형 충전기 3323개를 연내 보급할 계획이다. 더불어 ‘부산시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의 화재 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방화벽, 물막이판, 차량용 질식소화 덮개, 감시 전용 폐쇄회로(CC)TV, 충수용 급수설비 등 장비 기준을 강화한다. 지하에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해서도 내화벽, 스프링클러 등 안전설비 설치 지원을 검토한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