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경기에 대해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쳐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본 것과 대조된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최근 주요 내수 지표를 보면 6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전달과 비교해 각각 1.0%, 4.3% 늘었다. 다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각각 3.6%, 2.7% 줄었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 2022년 2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의 경우 전월 대비 회복 흐름이지만 설비투자 조정압력 감소와 국내 기계수주 감소는 향후 설비투자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건설경기 부진으로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 대비 4.6% 줄었다. 다만 서비스 소비로 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2%, 전년 동월 대비 0.5% 늘었다.
정부는 소비자 심리지수 개선, 방한 관광객 증가, 건설수주 증가 등을 향후 내수 전망에 있어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백화점 및 할인점 매출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백화점 카드승인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각각 1.4%, 3.3% 줄어 두 지표 모두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6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8.1%) 등 성장에 힘입어 전달보다 0.5% 늘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져 넉 달째 하락세다. 7월 소비자물가는 집중호우·유가상승 등 영향으로 상승 폭(2.6%)이 전달(2.4%)보다 확대됐다. 다만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 폭은 2.2%로 6월과 같았다.
정부가 내수 회복 흐름을 넉 달 째 강조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KDI는 최근 경제전망을 수정하며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민간소비 전망을 기존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고, 내수 부진을 반영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내리기도 했다.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위험요인이 좀처럼 안정 국면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에 부담이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글로벌 경제는 제조업 경기 및 교역 개선 등으로 전반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 지역 분쟁 확산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요인)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조속한 물가 안정 기조 안착,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및 내수 보강 등 민생 안정을 위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우리 경제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 추진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