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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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장과 국방 장관의 ‘전격 교체’ 둘러싼 소문과 의문

안보실장·국방장관 연쇄인선 왜
2년 사이 안보실장만 4번째
안보 수장 임기 1년도 못채워
배경 두고 다양한 해석 분분

최근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의 전격 교체를 두고 관가에 다양한 해석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강팀 구축을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특정 인물을 위한 인사라는 말부터 내부 파워게임 결과설, 외교라인 배제설 등 이를 둘러싼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겸 국가안보실장(왼쪽),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10월 장군 인사 영향설

 

우선 다가올 10월 장군 인사를 염두에 두고 인선이 이뤄졌다는 설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대선 캠프에서 부터 함께 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이동하고, 그의 육사 1년 선배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김 국방장관 후보자가 장군 인사에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두고는 설왕설래가 있다. 장군 인사는 국방부 장관보다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의 의중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장군 인사에 영향력을 높이고자 했다면, 오히려 경호처장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위치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이란 반론이다.

 

과거 국방부에서 올린 장군 인사안이 최종적으로 변경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국방부 출입기자가 쓴 장군 진급이나 보직 인사 예측 보도가 빗나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400명이 넘는 장군에 대해 대통령실이 직접 다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사 초안을 작성하는 국방부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의 신임이 높은 인사가 국방 장관을 맡는다면, 장군 인사를 더 세게 그립을 잡고 진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인사 과정에서 발표 직전까지도 장관 교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6월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함께 조약에 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북·러 정상회담 오판설

 

또다른 설로는,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문책론이다. 이 같은 소문에는 장호진 외교안보 특보가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과정에서 오판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당시 안보실 상황을 잘 아는 인사들의 전언이다. 정보 소식통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장 특보는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과거 군사동맹에 준하는 높은 수준의 군사협력을 달성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 안보실이 다양한 경로로 입수한 첩보를 분석한 결과, 그는 북·러의 군사동맹 관련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장 특보는 당시 여러차례 언론에 나와 러시아에 ‘선을 넘지 말라’는 공개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특히 안보실은 러시아에도 외교 경로로 직접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러 밀착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보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보로 예우한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 한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보실 내부 파워게임설

 

장 특보가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과 갈등을 빚었고, 이로 인해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6월 당시 안보실 일부 인사들은 장 특보와 달리 북한과 러시아가 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과소 판단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안보실 내부의 엇갈린 판단을 두고 외교 안보라인에 대한 경질설이 돌기도 했었지만 결국 별다른 인사조치 없이 지나갔다. 안보실장이 4명이나 바뀌는 동안 김 차장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것도 이같은 소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앞서 김성한 전 안보실장이 보직 이동 없이 바로 사퇴했던 것에 비해 장 특보는 사무실과 직원이 배정되고, 주요국과 정부를 연결하는 냉전시대의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유사한 역할까지 부여받아 완전히 밀린 것으로만 해석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사 이후 남는 의문점

 

이번 인사와 관련해 여전히 남는 의문은 차기 대통령경호처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가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이후 변화하는 국제사회 현실 고민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하지만,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후속 인선을 준비하지 않고 인사가 먼저 단행된 점은 다양한 추측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지난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 모두 임기 동안 각각 2명의 안보실장이 역임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임기 3년이 남은 상황에서 벌써 4번째 안보실장이 임명됐다. 동맹인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1월부터 제이크 설리번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소식통은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진해 해군기지에서 해군과 해병대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찾아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만났다”며 “통상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는 관계기관장이 수행하는데 이번에는 휴가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김 후보자가 그림자 수행을 한 점을 유심히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장관급 인사 3인(안보실장, 국방장관, 외교안보 특보) 중,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진행한 자리에는 김 국방장관 후보자만 참석해 인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특보 임명 뒤 첫 방미길에 오른 장 특보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델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관련해 특정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에 대해 “서울(대통령실)에서 이미 다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대통령실은 인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터무니 없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 했으나 평소 직설적인 화법도 마다하지 않는 장 특보의 성격상 “무언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