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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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첫 발령지로 귀농··· ‘딸기 부자’ 됐다 [귀농귀촌애]

(33) 경남 함양 강갑선 대표

초등학교 부임 첫날 “이곳에서 인생 2막 열겠다” 약속
이웃집 딸기 비닐하우스서 재배법 배워···지난해 1억 매출
내년 집 건축···마음과 몸 치유하는 생태교육원 조성이 꿈
“원주민에 자신의 마음 열 자신 없으면 귀농 하지 말라” 일침

8월 9일 찾은 경남 함양군 지곡면의 풍광은 아늑했다. 얕은 산세에 넓은 들녘이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이런 곳에 살면 누구라도 넉넉한 인심에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남 함양군 귀농귀촌연합회 강갑선 부회장은 2021년 2월 이 곳에 ‘귀농둥지’를 틀었다. 이 곳은 강 부회장의 초등학교 초임 발령지다. 30년 전 처음 교단에 섰던 자리에서 인생 2막의 장을 연 것이다.

 

이 곳에 귀농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처음 학교에 왔는데, 주변 환경이 너무 좋았어요” 그는 지금도 30년 전 그날의 설렘을 안고 있다. 30년 전 그는 “퇴직하면 여기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강 부회장은 2021년 2월 정든 교직을 떠났다. 30년 전 나홀로 한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이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이죠” 강 부회장은 퇴직 후 곧바로 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체류형 귀농학교에 입학했다. 9개월 과정의 귀농학교에서 그는 귀농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다. 주택과 농지 매입은 물론 재배 작물 선정, 재배 방법, 농업기술 등 귀농의 기본을 배웠다. 건설업을 하는 남편도 강 회장의 귀농에 동참했다. 

 

강 부회장은 지자체에서 하는 귀농교육에 무조건 참여했다. 귀농 다음해인 2022년 1년 과정의 신규농업인 현장연수는 그에게 단비같은 교육이었다.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 실습위주의 교육이 귀농의 큰 자산이 됐다.

 

강 부회장의 귀농 재배 작물은 딸기다. 우연한 기회에 딸기를 재배하는 이웃집 비닐하우스를 들른 게 계기가 됐다. “저도 딸기를 기를 수 있을까요?” 이 한마디에 이웃집 아주머니는 흔쾌히 비닐하우스 200평 규모의 1동을 내줬다. 시험삼아 길러보라며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았다. 이웃집에서는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를 했다. 그 중 1동을 강 부회장에게 선뜻 내주고 멘토 역할까지 자처했다. 강 부회장은 인심 좋은 이웃집의 도움으로 1년간 마음대로 딸기를 재배해 봤다. 

 

“옆에서 아무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강 부회장은 육묘에서 이식, 순따기, 수확 방법 등까지 딸기 재배 방법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다. 

 

강 부회장은 딸기 재배에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지난해 시험 재배하던 비닐하우스를 매입하고 직접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딸기를 키우는 것은 쉽지않았다. 자식키우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딸기 농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일할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해야되는데, 농촌에는 그럴만한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농사는 시기가 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시기를 놓치면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9월에 딸기를 식재하고 두 달 후인 11월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수확은 다음해 5월까지 계속된다. 수확을 마치면 육묘 작업을 한다. 1년 내내 비닐하우스에서 땀을 흘려야 탐스런 빨간 딸기를 수확할 수 있다. 농부의 땀을 먹고 사는 게 딸기다. 딸기를 심고 수확할 때는 부지깽이도 일손을 도울 정도로 바쁘다.

 

강 부회장의 일손에 도움을 준 것은 귀농학교 동기들이었다. 그는 귀농학교에서 동고동락한 동기생 30가구 가운데 수료를 마친 26가구로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원끼리 품앗이를 하면서 부족한 일손을 서로 메웠다. 농사 정보도 서로 공유하면서 귀농의 정을 쌓았다. 그는 귀농학교 동기들이 아니었으면 딸기 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 부회장의 딸기 재배 성적표는 ‘우수’했다. 지난해 딸기는 1개동에서 2㎏짜리 4500상자를 판매해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3개동에서 나온 매출만 1억원에 육박했다. 순수익은 6000만원이 넘었다. 

 

“맞아요. 한해 농사를 지어 투자비를 거의 회수했어요” 귀농 4년만에 그는 딸기 부자가 됐다. 딸기 수확에서 그는 귀농의 보람과 재미 두가지를 모두 얻었다. 그는 딸기 농사를 더 늘릴 계획이다. 또 내년에 그는 비닐 하우스 옆에 땅을 구입해 꿈꾸던 집을 지을 생각이다. 강 부회장은 귀농 후 줄곧 주택을 임대해 살고 있다. 내년에 귀농 후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된다.

 

강 부회장의 귀농 목표는 생태교육원이다. 그는 현대인의 마음과 몸의 질병을 농업에서 치유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자연에서 농업으로 얼마든지 치유가 가능해요” 그는 농업치유사 자격증을 따기위해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예비 귀농인에게 귀농 전에 반드시 지자체의 농업사관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농촌에 살면서 귀농이 자신에게 맞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또 귀농 후 원주민들의 관행에 동화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귀농해 시골살이를 하다보면 자연히 자신의 공간을 오픈하게 되고, 원주민들의 간섭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열지 않고 외롭게 살다가 결국 다시 돌아가는 역귀농인을 더러 봤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을 열 자신이 없으면 귀농하지 말라고 그는 일침을 놓았다.


함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