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서정적이거나 중독성 있거나… 음악에 빠지다

‘노래로 감동 2배’ 대극장 뮤지컬 인기

그리스 신화 현대적 재해석 ‘하데스타운’
37곡 주옥같은 노래 ‘뜨거운 서사시’
재즈풍 ‘시카고’ 매혹적인 춤과 앙상블
창작뮤지컬 ‘영웅’ 관객 눈시울 적셔
‘프랑켄슈타인’ 웅장함 선사… 완성도 ↑

뮤지컬은 장르적 특성상 드라마 못지않게 노래(넘버)와 음악도 매우 중요하다. 노래와 음악 수준에 따라 뮤지컬 작품의 인기와 생명력이 좌우되기도 한다. 심금을 울리거나 경쾌한 멜로디로 관객 귀에 확 꽂히는 노래를 많이 장착한 작품일수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많은 관객이 찾는 대극장 뮤지컬들만 봐도 노래와 음악의 힘이 크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하데스타운’이 대표적이다. 그야말로 성스루 뮤지컬(대사 없이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뮤지컬)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수작이다.

심금을 울리거나 경쾌한 멜로디로 관객 귀에 확 꽂히는 노래가 많은 대극장 뮤지컬이 인기를 끌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의 한 장면. 각 제작사 제공.

‘그녈 안으면 세상을 안은 것 같아/ 세상이 내 품으로 들어온 듯/ 그 느낌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노랠 시작했지/ 랄랄라 랄랄랄라/ 랄랄라 랄랄랄라’

‘하데스타운’ 2막의 주요 넘버 ‘서사시Ⅲ’ 중 일부다. 이 노래는 극 중 오르페우스가 연인 에우리디케를 놓아주지 않는 지하 세계 왕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부르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웠던 옛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물론 관객마저 감동시킨다. 특히 ‘랄랄라∼’ 후렴구는 극장 문을 나설 때 흥얼거리는 관객들이 있을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극작과 작곡, 작사를 맡은 아나이스 미첼의 동명 앨범을 뮤지컬화한 데서 보듯 ‘하데스타운’은 넘버가 37곡에 달한다. 헤르메스 선창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옥으로 가는 길’부터 헤르메스가 알려준 길을 따라 지하 세계로 떠나는 오르페우스의 여정을 노래한 ‘기다려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희망을 담은 ‘기다려줘Ⅱ’, 연대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마지막 곡 ‘잔을 높이 들어’ 등 명곡이 수두룩하다. 곡 하나하나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버무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과 어우러지며 한 편의 뜨거운 서사시를 완성한다. 뉴올리언스풍 재즈와 포크 록, 블루스 등 다채로운 선율과 피아노, 첼로, 기타, 콘트라베이스, 드럼, 바이올린, 트롬본으로 구성된 7인조 라이브 밴드가 들려주는 사운드도 귀를 즐겁게 한다. 지상·지하 세계의 극적인 대비와 몰입감을 극대화한 무대 연출 역시 돋보인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하데스타운’이 그해, 최고 권위의 토니상 뮤지컬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 음악상, 편곡상, 무대 디자인상 등 8관왕에 오른 배경이다. 이듬해 그래미상 최고 뮤지컬 앨범상까지 거머쥐며 명작 반열에 올랐다. 공연은 10월6일까지.

뮤지컬 ‘시카고’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또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 역시 주인공 벨마 켈리가 부르는 첫 곡 ‘올 댓 재즈’부터 강렬하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여가수 벨마와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살인죄로 수감된 후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 죄수들이 살인 후일담을 전하는 ‘셀 블록 탱고’, 빌리 역 배우 최재림의 복화술로 유명한 악덕 변호사 빌리가 부르는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 벨마와 록시가 함께 부르는 마지막 곡 ‘핫 허니 래그’ 등도 인기가 많다. 여기에 빅밴드 재즈 음악과 전설적 뮤지컬 안무가·연출가 밥 포시의 매혹적인 춤이 공연장을 달군다. ‘시카고’가 토니상 6관왕(1997년)을 차지하고, 2000년 국내 초연 후 이번 17번째 시즌까지 154만 관객을 끌어모은 비결이다. 9월29일까지 공연.

국내 창작 뮤지컬 ‘영웅’

대형 창작 뮤지컬 ‘영웅’과 ‘프랑켄슈타인’도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00주년인 2009년 10월26일 초연한 ‘영웅’은 ‘장부가’와 ‘단지동맹’, ‘누가 죄인인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 관객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노래가 상당하다. 지난해 9번째 시즌 때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15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수원 공연을 마치고 부산과 울산, 안동, 대구 등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프랑켄슈타인’ 공연

영국 작가 메리 셸리(1797∼1851)의 인기 동명 소설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괴물)이 각각 부르는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후회’와 ‘너의 꿈 속에서’, ‘난 괴물’ 등 웅장한 음악이 관객을 매료시킨다. 2014년 초연 당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상과 연출상, 음악감독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었다. 5번째 시즌인 올해 공연은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25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