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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사·뇌졸중 주범 부정맥… 증상 없어도 관리 필수” [건강+]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방·심실세동, 치명적 결과 가능성
항응고제·항부정맥 약제 등 처방 필요
기외수축도 빈도 높아지면 기능 저하
예방·관리 위해 ‘건강 수칙’ 준수 중요

“환자 중 증상이 없는 부정맥 환자들은 약물 복용을 꺼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정맥 중 심방세동과 심실세동은 뇌졸중과 급사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보통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기외수축도 이 자체로 치명적인 급사를 일으키진 않아도 빈도가 높아지게 되면 심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관리가 꼭 필요합니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정맥의 경우 급사, 뇌졸중과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부정맥은 심장에서 전기 신호 생성 및 전달에 이상이 생기거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하면서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수축이 되지 못해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등 불규칙해지는 질환을 말한다.

환자들은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거나(빈맥), 갑자기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조기박동)이 들거나, 천천히 뛰면서(서맥) 어지럼을 느끼게 된다.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심방세동, 심실빈백 등으로 나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부정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0년 23만2547명에서 지난해 50만4182명으로, 10여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대한부정맥학회가 발간한 ‘한국 심방세동 팩트 시트 2024’에 따르면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10년 만에 2.2%로 2배가 늘었다.

“부정맥 환자 수 증가는 급격한 고령층 증가 영향이 큽니다. 다만 인구 대비 부정맥 환자 수 증가는 발병률 증가로 바라봐야 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건강검진 보편화와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용 증가로 무증상 환자의 질병 자각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부정맥 종류 중 심실빈맥과 심방세동은 관리 중요성이 특히 강조된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20%는 심방세동 환자일 만큼 심방세동에서 뇌졸중 위험은 높다.

“세동(細動)은 말 그대로 말처럼 심방에 미세한 떨림이 생기는 것입니다. 심방이 수축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수축이 안 되면 심방에서 혈류가 밖으로 못 나가 고이게 되고, 피들이 엉키면서 혈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혈전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 환자의 많은 경우는 항응고제를 복용하게 된다. 모든 환자가 다 복용하는 것은 아니다. 뇌졸중 발생 위험인자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최 교수는 “나이가 많거나 고혈압, 당뇨 등이 있다면 뇌졸중 위험도가 올라가는 만큼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하다”며 “반면 나이도 젊고 동반된 질환이 없을 경우에는 뇌졸중 위험은 낮은 만큼 처음부터 (항응고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심부전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는 심실빈맥은 심실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급사’의 위험을 높인다. 심실세동에서 혈전 위험성이 강조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뇌졸중이 오기 전에 먼저 급사하기 때문이다.

“체내에 혈액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심실 수축이 3∼5분 이상 멈추면 급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실빈맥이 많이 생기는 환자는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심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심실빈맥, 심실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커집니다. ‘순환고리’ 같은 것이죠.”

이렇게 심장에 주는 무리를 덜기 위해 복용하는 것이 항부정맥 약제다. 항부정맥 약제 사용 시, 가슴이 뛰다가 일정 순간이 지나면 어지럽거나 기운이 빠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서맥성 부정맥 가능성으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부정맥은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심방세동이 발작적으로 발생했다가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발작성 심방세동’이 있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심장에 변화가 생겨서 일주일 이상 한 달, 1년씩 가게 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이 있습니다. 여기에 어떤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 영구형 심방세동도 있습니다. 발작성 빈도가 낮으면 항부정맥 약제를 지속적으로는 복용하지 않지만 빈도가 많아지면 규칙적 복용을 권합니다.”

부정맥의 경우 이런 약물 치료를 1차적으로 거치고, 상황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불리는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게 된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는 부위를 전기적으로 차단하는 시술이다. 초기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는 성공률이 높지만 지속성 환자의 경우일수록 성공률이 떨어진다. 전체적인 평균 성공률은 70% 정도다.

부정맥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건강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알코올, 흡연, 카페인, 스트레스 등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기저질환 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 교수는 “운동을 하거나 흥분했을 때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처럼 카페인 섭취로도 심박수가 빨라질 수 있지만 심박수가 빨라진다고 다 부정맥은 아니다”라며 “카페인 섭취가 부정맥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알려졌다. 다만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전반적으로 피한다는 의미에서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지양하시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