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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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롤스로이스 스펙터’ 시승기… 제로백 4.5초, 소음·진동 거의 없어

젊은층 대상 ‘오너 드리븐’차 지향
내부 B필러 없어 개방감 극대화
아날로그식 디지털 계기판 독특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업계가 아니라 럭셔리 산업군에 있습니다. 저희 제품이 고객들에게 설득력 있고 진정한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3월 한국을 찾은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슈 당시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스펙터의 주행 모습.

스펙터는 이처럼 ‘탈 것’보다는 ‘명품’에 가까운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가 내놓은 첫 순수전기차다. 스펙터는 롤스로이스가 전동화 시대를 맞아 바뀌어야 할 모습과 지켜야 할 전통이 공존할 방향을 제시한다.

스펙터는 운전자가 중심인 오너 드리븐 차량으로, 젊어진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차이기도 하다.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며 롤스로이스 고객의 평균 연령은 14년 전 56세에서 지난해 42세로 낮아졌다.

지난 9일 스펙터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 가평까지 약 100㎞ 거리를 왕복했다.

스펙터의 외관은 화려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전장 5490㎜, 전폭 2015㎜의 압도적인 크기에도 지붕부터 후면까지 매끈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받았다.

 

전면부의 촘촘한 세로줄 ‘판테온 그릴’과 그릴이 떠받치고 있는 ‘환희의 여신상’은 전기차에서도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부분으로 도드라졌다. 이들 요소는 공기의 흐름이 원활할 수 있는 각도와 디자인으로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스펙터의 내부 모습. 롤스로이스 코리아 제공

2개가 달린 문은 일반적인 방향과 반대인 코치 도어 형태였다. 문을 열자 B필러(앞문과 뒷문 사이에 있는 기둥)가 없어 실내 개방감이 극대화됐다. 이런 구조와 1.5m 너비로 키운 문의 크기 덕분에 문이 없는 뒷좌석에도 쉽게 승하차할 수 있었다.

실내에서 롤스로이스에 처음 적용된 디지털 계기판은 아날로그식으로 정보를 표출했다. 밤하늘을 옮긴 별 무리가 문과 천장, 센터페시아에 적용돼 신비로운 밤하늘을 연출했다. 불규칙하게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효과도 냈다.

롤스로이스의 승차감은 마법의 양탄자를 탄 느낌, ‘매직 카펫 라이드’라는 표현이 흔히 사용된다. 도로 위를 요트처럼 미끄러지는 운전 질감은 속도를 높여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4.5초인 고성능 차이지만 속도 체감이 크게 나지 않을 정도였다.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스펙터는 배터리까지 흡음재 용도로 활용할 정도로 실내 공간 구현에 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운전대를 잡은 내내 전기차라는 자각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내연기관차에 가까웠다. 하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고유 전기차 소리만 이 차가 전기차라는 것을 알려줬다. 스펙터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복합 383㎞이며, 최고 출력 430㎾와 최대 토크 91.8㎏.m의 성능을 발휘한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됐다.


백소용 기자